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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옥의 인권이야기] 착한무기 프로젝트


세상에 ‘착한무기’가 어디 있을까. 그래서 모임의 이름을 이렇게 정했다. 착한무기프로젝트. 처음에는 ‘전쟁수혜자들(War profiteer)’에 관심을 가지고 모임을 시작했다. 전쟁수혜자는 전쟁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 즉 무기상인이라는 뜻이다. 무기상인들은 군사화된 사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특징으로 존재해왔다. 20세기 후반 군비경쟁은 전쟁의 산업화, 첨단화에 힘입어 더욱 성장했다. 전쟁을 통해 이윤을 얻는 자들은 군비지출과 전쟁준비를 위해 강력한 로비를 한다. 전쟁수혜자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단지 이윤을 얻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이윤을 얻으려고 전쟁을 일으켜 우리가 평화롭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기수출·수입국이다. 미국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한국의 무기수출은 작년 2.5억 달러에서 올해 3.4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무기수출형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한국의 목표로 매년 10억 달러의 무기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은 독자개발한 K-9 자주포를 10억 달러 규모로 터키에 수출한 적이 있는데 이는 단일품목으로는 최대액수의 수출량이라고 한다. 무엇을 팔든 돈만 벌면 되지 않느냐고? 삼성테크윈에서 생산하는 K-9 자주포가 터키 정부의 쿠르드족 탄압과 학살에 사용된다고 생각해보자.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 군사정부에 불법무기를 수출한 바도 있다. 물론 지금 경제가 어려워져서 다들 힘들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의 목숨을 대가로 해서 이루어진 피묻은 경제라면? 게다가 K-9 자주포의 사격훈련을 위해 파주 무건리 훈련장을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하고 있어 무건리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전쟁과 교묘하게 연관되어 있는 한국의 기업들을 대충 살펴보면, 삼성테크윈,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삼성탈레스, 한화, LIG넥스원,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로템 등 참 많다. 이들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직간접적으로 전쟁과 관련된 무기를 만들어서 팔고 있다.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무기를 만들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그리고 더 잘 죽일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을지 고민한다. 무기의 존재 이유는 전쟁과 파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항상 어떤 명분으로든 ‘정의를 위한 전쟁’으로 치장되고 수많은 목숨이 그 대가로 치러진다. 전쟁터에서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전쟁이 계속 되어야만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군수산업의 문제는 군사화된 사회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결국 그 사회 구성원인 우리 모두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전쟁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소수민족’의 생명을 담보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을 담보로,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의 생명과 행복이 소중한 만큼 무건리 주민들도, 쿠르드족 사람들의 생명과 행복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진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내가 누리고 있는 삶이 어떤 고통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권은 모든 인권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권리이다. 내가 ‘채식주의자가 푸줏간에서 일하는 기분’으로 무기 공부를 하고 있는 이유이다.
덧붙임

여옥 님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