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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고쳐져야’ 할 것은 당신들의 ‘도덕’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의 모습이 딱 그 모양이다. 선교연합은 지난 22일 차별금지법안이 금지하는 차별 이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라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하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들의 주장은 두 가지로 정리된다. 동성애는 하나님의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평등하게 보호받아서는 안 되는 비도덕적 행위라는 것. 그런데 차별금지법안이 입법화되면 “동성애가 나쁘다”고 가르칠 수 없어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고 이에 따라 에이즈가 확산되는 등 사회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

“동성애가 나쁘다”는 ‘가르침’은 종교라는 갑옷을 걸치고 동성애자들을 괴롭혀왔다. 만약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동성애가 확산’된다면, 아마 그것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숨겨야만 했던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우애로운 환경에서 커밍아웃을 하기가 수월해지는 덕분일 텐데,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기대하는 바다.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 중의 하나고, 에이즈는 동성애자의 질병이 아니라는 점은 이제 보편적인 인식이다. 오랫동안 성적 지향은 종교와 도덕, 의학의 잣대로 재단되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성적 지향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는 행위, 따라서 ‘고쳐져야’ 하고 징벌되어야 할 것으로만 다뤄져왔다. 이런 오해와 편견을 과거형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차별 피해자들의 삶에 빚지면서 겨우 쌓아온 진보다. 차별금지법은 적어도 역사가 거꾸로 가지 않도록 차별이 범죄임을 명확히 밝히는 계기다.

모든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니며 누구도 그것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에서 출발하는 것이 인권이다.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종교를 가지고 그에 따른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 역시 그 원칙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므로 누군가에 대한 폭력과 전쟁을 선동하고, 실행 가능성을 떠나 언어 자체가 폭력인 표현에까지 인권이라는 이름을 빌려줄 수는 없다.

일부 기독교 집단은 여전히 동성애를 ‘행위’에 국한시키고 ‘윤리적’ 문제로 치환하면서 인권보장을 위한 사회적 토론을 봉쇄해버린다. 선교연합의 주장은 새롭기는커녕 피곤한 주장이다. 그래서 "동성애는 장애나 인종 등과 달리 자기책임이 수반되는 행위로 인권보호의 측면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는 이들의 해묵은 주장을 오히려 새롭게 바라봐야 할 때다. 동성애가 비도덕적이라는 그들의 ‘도덕’이 종교적 신념이라는 이름 아래 비호 받아서는 안된다.

종교라는 갑옷 안에서 신의 가르침을 따르고 싶은 이들은 이제 갑옷은 박물관에서만 가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사회에서 동시대의 공동체 구성원들과 진정 소통하고 싶다면 갑옷을 벗고 인권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선교연합의 주장이야말로 “자기책임이 수반되는 행위로 인권보호의 측면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