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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체복무제 제도화 앞에 놓인 과제

18일 국방부는 「병역이행 관련 소수자」의 사회복무제 편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종교적 사유 등에 의한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할 계획이라는 것이 발표의 주된 내용이다. 이로써 평화적 신념에 따라 ‘총을 들지 않겠다’는 청년들이 총을 들지 않는 대신 감옥에 가게 되는 반인권적인 상황이 끝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한다.

하지만 국방부의 병역거부자 대체복무 허용 방안은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종교적 사유뿐만 아니라 정치적·평화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역시도 대체복무가 허용되어야 한다. 종교적 사유와 정치적·평화적 신념은 동일하게 ‘총 대신 평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사유와 정치적·평화적 신념을 구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국방부는 종교적 사유든 정치적·평화적 신념에 의해서든, 평화의 가치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할 것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이번 발표에서 국방부는 ‘입대 전’의 병역거부만을 허용하고 ‘복무 중’과 예비군의 병역거부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병역거부의 시기를 ‘입대 전’과 ‘복무 중’·예비군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종교나 평화적 신념은 군 입대 전과 후를 차별하지 않는다. 게다가 국방부는 군 기강 와해 소지가 있고 군복무 경험자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복무 중’ 병역거부는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지만, 국방부가 든 이유는 오히려 군대 내 인권을 증진해야함을 역설하고 있을 뿐이다. 군대 내 인권이 증진된다면 군 복무와 종교·평화적 신념이 경쟁할 일은 없을 것이다.

대체복무 기간을 일반 현역병의 2배 수준인 36개월로 정한 것도 문제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 기간이 현역복무 기간의 1.5배를 넘으면 징벌적 수준에 해당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는 평화적 신념에 대한 권리로서 보장해야할 문제이지 병역거부에 대한 징벌이 되어선 안된다.

무엇보다도 우려스러운 점은 국방부가 여전히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이번 조치도 ‘소수자의 권리’ 구제 수준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도 실현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대체복무제 도입의 단초가 마련된 점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병역거부를 인권으로 본다는 것은 단지 총을 거부하는 대신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개인적 차원의 신념 유지 혹은 권리 구제 수준 정도로 그칠 수 없다. 그것은 외부의 위협을 핑계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에게 강요해온 국가주의와 애국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전쟁과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평화적 신념을 확산하는 계기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대체복무제의 도입을 ‘소수자에 대한 시혜’로 한정하고 있는 이번 국방부의 조치는 하나의 진전이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대체복무제의 제도화를 앞두고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운동의 과제를 다시금 벼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