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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 받든지 말든지 시상식

[일침회 시즌 2 : 받든지 말든지 시상식] "법에 살리라" 상

김성호 법무장관



<수상 이유>

사건의 개요
5월 어느 날, 법무부 장관이 ‘ㄱ’초등학교를 방문한다. 그 직후,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장관님께 지금껏 법을 지키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고 법을 잘 지키겠다는 내용’으로 편지를 쓰라는 미션이 담긴 활동지를 한 장씩 받게 된다. 학생들은 장관의 사진을 보며 그 종이 위에 무단횡단을 했던 일, 쓰레기를 하수구에 버린 일을 고백하고 그 일들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법을 잘 지키겠노라 장관한테 맹세하는 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 편지를 받은 장관은 ‘법을 잘 지켜야 서로 믿고 사는 사회가 될 수 있고 그래야만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다. 그리고 법무부는 홈페이지에 이 이야기를 뉴스랍시고 올리는데...




일침회는 부상 비용 때문에 부득이하게도 법무부 장관만을 수상자로 결정했는데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힘쓴 많은 분들을 차마 쌩깔 수 없어 이 자리에서 밝히는 바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어요!
법무부 장관님, ‘법만 지키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저질 구라를 치면서 ‘묻지 마! 상상하지 마! 그냥 눈 깔아!’ 교육의 전형을 보여주셨습니다. 특히, 병원 앞에서 무단횡단을 했다고 고백한 학생이 ‘걷기 힘든 환자들이 다니는 병원 앞에 왜 횡단보도가 없을까?’라고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기도 전에, 법을 어겼다는 죄책감과 형벌의 두려움으로 의문의 씨앗을 잘려버린 대목에서 심사위원들은 완전 기겁했습니다.

‘ㄱ’ 초등학교 교직원님들, 법무무 장관님의 방문에 얼마나 탄복하셨으면 장관님이 돌아간 후에 학생들에게 장관님 사진을 보여주고 편지를 쓰라고 시킬 생각을 다 하셨어요? 편지 기조까지 정해주는 센스~ 알아서 기니 온누리가 평온할지니~~

법무부 뉴스 관리자님, 편집의 묘를 최대한 살려 전근대적인 살벌한 사태를 21세기에 맞는 미담으로 포장하려고 고군분투해 주셨습니다.

<부상> 약소하지만 정성을 담았어요!!

이번 부상으로는 장관님에 대한 초고가의 뇌구조 분석과 부르는게 값이라는 처방약을 담았습니다.





<경합을 벌인 후보> 난형난제 막상막하



그대.. 과연, 생활의 길잡이?

성실하다면 어떤 어려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넘어설 수 있다는 <성실한 생활>을 살펴보니, 하루 10시간 꼬박 서서 성실하게 일해도 비정규직이기에 계속 삶이 고단한 이들이 떠오릅니다. ‘학교와 고장의 발전이 나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큼지막한 문장은, 자기 가족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애교심/애향심을 통해 극복하자는 <우리 학교, 우리 고장> 단원의 주제더군요. 이것만으로도 할말이 무지 많지만 이번 시상 목적엔 살짝 비껴간다며 애써 제끼더라도, 이번 시상에서 그대가 막강 후보임을 드러내는 <함께 지키자> 단원은 정말이지…

옛날 이탈리아에 지혜로운 총독이 있었는데, 그는 죄수들을 가득 실은 배를 돌보게 되었다. 죄수들은 하나같이 억울하다고 잘못이 없다며 풀어달라 했다. 그 때 구석에서 훌쩍이는 죄수를 발견하고 왜 우냐고 물었더니,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자기는 죄를 지어 부끄럽다며 갑작스레 당한 재난에 형편이 어려워져 병든 아내/어린 자식을 위해 도둑질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자 총독은, 죄를 짓지 않은 이 사람들과 그를 함께 둘 수 없다며, 죄를 지었지만 뉘우치고 반성할 줄 안다며 풀어주었다. (6학년 도덕교과서, 77-79쪽 요약)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죄를 지으면 안된다는 건지, 솔직하게 말하고 죄를 뉘우치면 눈 딱 감고 용서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어디가 준법교육을 위한 부분인지 알 수가 없다. 하, 이야기 다음 던지는 질문도 만만치 않나니 : 실수나 피할 수 없는 사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긴 적이 있다면 반성해봅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법은 어기면 안되고, 그 법이 악법이라 할지라도 법을 어기는 건 죄라는 거~

뒤적여봐도 마찬가지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며 도망치길 거부한 소크라테스의 일화를 소개하며 오로지 법과 규칙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 전달과 지키라는 마음 다지기 활동만 가득한 ‘도덕’은, ‘도’와 ‘덕’을 이야기해야 하는 자기의 본분을 잊고 있음과 다름없다! 우리 동네에서 성공한 선배(!)에게 일일이 잘못을 고해하며 준법을 다짐하는 학생들 모습에 흐뭇해하며, ‘우리(어른 혹은 정부)가 해야 할 일’보다 ‘니(개인)가 할 일’만 이야기하는 것.. 법과 규칙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법과 규칙이 우리 모두의 ‘약속’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는 훌쩍 건너뛰고, 법이고 규칙이면 무조건 지키고 봐야 한다는 도덕 교과서가 속삭이는 준법 이야기와 겹치며 썩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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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오해마시라~ 성실이나 봉사/준법 등의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다른 이의 인권을 해치는 범법행위를 어쩔 수 없는 사정에서라면 봐 줄 수 있다거나 괜찮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인권과 이권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며 그 가치들에 대해 보다 깊이 있는 고민과 해석이 필요하다는 거니까!!
덧붙임

◎ 글쓴이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회]는 재치있는 풍자와 익살스런 해학 담긴 수다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아니꼬운 세상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