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권교육센터 들’의 후원주점이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사랑방도 함께 하며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그날 직접 비건 디저트를 만들어서 판매했던 단감 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온라인 전략을 자문해주기도 했던 단감 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보시죠!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사랑방 후원인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후원인 단감입니다. 번역 일을 하고 있는데요. 요즘 AI로 인해 직업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번역 행정사 일을 시작했네요 ㅠㅠ
요즘 어딜 가나 AI 이야기인데, 이렇게 바로 일자리 위기를 듣게 되네요.
번역 일을 좋아했던 이유는, 제가 외국어로 재미있게 읽었거나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글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알려주는 데에 가장 큰 재미와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단행본들을 번역하기도 했지만, 짧은 기사나 팜플렛 같은 글도 번역해서 온라인 플랫폼 같은 곳에 올리고 나누는 걸 되게 좋아했었어요. 근데 이제 AI 번역으로도 다른 언어로 쓰인 이야기들을 전체적인 내용을 대략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만큼 읽히더라고요.
그래도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도 하는데, 역자의 노고가 필요한 점들이 많이 있지 않나요?
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마음씨 착한 분들이 있는데요. 섬세한 맥락이나 미묘한 뉘앙스를 살리는 종류의 작업은 제가 하는 번역 노동의 핵심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제가 주로 문학 번역이나 이런 게 아니라 내용을 소개하는 번역을 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런 목적의 번역은 이제 AI가 거의 대체 가능하게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번역 일이라는 게 생각보다 몸이 많이 상하고 시간도 정말 많이 드는데 그만큼 수입이 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걸 감수할 만한 보람과 효용이 있나 싶어요.
‘인권교육센터 들’ 후원주점에서 디저트 코너를 운영하고 계셨는데, 취미가 베이킹인가봐요.
사실 베이킹은 제가 번역을 하면서 늘 같이 하는 일이었어요. 베이킹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인데요. 집에서 번역을 하면서, 한쪽에서는 오븐에 디저트들이 들어가 있었던 거죠. 주기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서 베이킹을 하고, 다시 의자에 앉아 번역을 하는.^^
그런데 번역 슬럼프에 빠지면서 베이킹도 안 하게 되었지만 인권교육센터 들이 재정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주점에 돈을 내는 걸 넘어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직접 베이킹을 해서 디저트 코너를 맡았습니다. 저는 비건은 아니지만, 디저트의 핵심은 ‘즐겁기 위해 먹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누구나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비건 디저트를 준비했죠.
번역과 베이킹 이야기에 빠져서 이 질문을 이제야 합니다. 사랑방 후원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사랑방은 그전에도 알고 있었던 단체였지만 2022년에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질 때 제가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사랑방의 상임활동가이자 당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몽 활동가도 만나고 이런저런 활동들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랑방 후원을 시작했죠.
▲ 2022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에 참여하고 있다.
사랑방도 최근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후원인을 더욱 확대하자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랑방과의 직접적인 접촉면이 없는 이들에게 사랑방을 소개하고 후원을 요청하는 일이 너무 요원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럴 것 같아요. 실제로 사랑방 정도면 충분히 후원할 만한 마음과 정치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있더라도 후원할 계기나 제안이 있어야 후원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럴 때 저에게는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이 있었던 거구요.
근데 저에게 사랑방은 어떤 사안이나 의제에 대해서 참고할 만하거나 의지할 만한 글이 나오는 곳이었다는 이미지가 있어요. 요즘에는 정말 ‘단체’를 후원한다는 개념이 옅어지는 것 같은데, 이런 사랑방의 장점을 살려서 사랑방의 이런 ‘관점과 입장’을 구독하는 느낌으로 후원을 조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특히 SNS 시대에는 사람들이 그런 입장들에 대해서 늘 궁금해하는 것 같거든요. 말을 얹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사랑방 활동가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후원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고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사랑방을 소개하려다 보니 고민 중 하나는 사랑방이 ‘인권’단체임에도 반차별운동, 기후정의, 체제전환과 같은 다양하고 큰 이야기들을 너무 펼쳐놓아서 수습이 좀 안되는 것도 있어요.
음, 저는 사랑방의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번 인터뷰 준비하면서 지난 소식지들을 읽어보니까, 기후위기나 불평등, 차별이라는 보편적인 경험들을 개인이 아닌 체제의 문제로 연결하면서 이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내잖아요. 예를 들어 저 같은 번역노동자가 맞닥뜨리는 AI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사랑방과 같은 관점과 운동이 필요한 거죠. 다들 AI 너무 좋아하는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막막하잖아요. 장애인권이나 퀴어인권과 같은 당사자성이 명확한 문제들과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방이 펼쳐놓은 큰 이야기들 속에서 여전히 쥐고 가야 하는 ‘인권’의 자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 아닌가요? ㅠㅠ 또 AI 이야기해서 죄송하지만, AI 전문가들은 인간 노동의 많은 부분을 로봇과 AI가 대체하게 되면 결국 인간들은 기본소득 같은 거 받고 살면 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노동은 기계나 AI가 해주므로 기계가 아닌 인간은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구도가 되면, ‘인권’이라는 게 굉장히 보수적인 개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의 사회변화 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장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가치라는 게 무엇인지, 어떻게 빼앗기지 않을 것인지 이런 문제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게 아닌가 합니다.
요즘 세상이 전쟁, AI, 반도체, 기후위기 등등 너무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상황에서 사랑방과 함께 험난한 세상 헤쳐나가는 단감 님의 인터뷰였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인권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자신의 효용가치, 생산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회 전체가 모두 효용, 효율을 중요시하고 어려운 사회가 되다 보니까, 운동단체들도 단체의 후원을 받기 위해서 단체의 ‘효용’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사실 이렇게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는 것만으로 후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차별점과 성과를 홍보하면서 후원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가장 사랑방스러운 활동 그 자체가 후원과 지지를 받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즐겁게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