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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뜨거웠던 여의도에서의 이틀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 포럼을 마치며

지난 3월 29~30일 이틀동안 기후정의포럼이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1월부터 열심히 준비했던 자리였다. 코로나19는 2월말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더니, 준비팀에서도 확진자가 나오고 사회자, 토론자로 섭외했던 분들 중에서도 참석이 어려운 분들이 생겼다. 온라인 연결과 유튜브 중계를 준비하고, 이룸센터에서 가장 큰 이룸홀을 대관했다. 현장에 최대한 많은 분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포럼 준비팀은 실무뿐만 아니라, 주요 세션들의 발표 대부분을 맡았고 그러다보니 정말 모든 걸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드디어 포럼이 시작됐고, 나는 포럼 시작을 알리는 인사말을 했다. 포럼 시작 전 인사말을 미리 준비했지만 너무 긴장했는지 뒷부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는 사람들도 안타까웠으리라. 긴장 많이 했구나 싶으면서.

하지만 오전 10시라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했고, 온라인으로도 100여 명이 접속했다.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탄중위 해체 공대위 이후, 새로운 기후운동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한 이후 처음으로 기후정의동맹을 제안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3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시기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후위기 담론이 확산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변화의 필요성으로 이어졌고 이는 체제변화, 체제전환이라는 구호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러한 구호가 운동으로 미처 조직되기도 전에, 정부와 자본은 기후위기를 자신들의 맥락으로 포섭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무너뜨려온 자본과 시장이 녹색자본주의/성장 서사를 쓰면서 변화의 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기후정의포럼은 이런 상황에서 기후정의운동은 어디를 향해야 하고 어떤 투쟁을 벌일 것인지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좌표와 방향 설정을 위한 자리

첫째날은 기조발제와 세 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기후정의운동이 체제전환을 지향하고 대안과 전망을 찾는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의 노동과 생산’에 맞서 싸울 때 가능하고 대안의 현실성도 찾을 수 있다는 게 ‘노동의 재조직’ 세션의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싸우는 기후정의운동의 ‘현장’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답하고자 했던 ‘공공성과 민주적 통제 : 에너지와 교통’ 세션이었다. 마지막 세션이었던 ‘기후취약계층에서 기후정의주체로’는 이러한 투쟁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후정의운동의 주체는 어떻게 등장가능한가에 대한 토론을 나눴다. 특히 피해와 당사자성을 협소하게 규정할 때, 우리가 바라는 기후정의운동 주체는 등장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투쟁과 세력화 과정 속에서 개인과 사회/체제를 연결짓는 주체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포럼은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을 건설하자는 기조발제로 시작되었지만, 기조발제는 뒤이은 세션에서 담고자 했던 문제의식을 부족하게나마 포함한 기후정의동맹 건설 제안이었다. 이에 대한 토론은 자본주의 체제 비판을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후정의동맹’이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다른 차별점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내용이었다. 대안에 대한 요구는 현실의 권력관계라는 맥락을 잘 봐야 한다는 지점과 그럼에도 특히 기후운동이 더욱 대안에 대한 답을 요구받는 현실 사이에서의 고민들이 오고갔다. ‘기후정의동맹’의 필요성/차별성 관련해서는 기후위기를 환경의제가 아닌 체제의 문제로 분명히 인식하고 투쟁을 조직하고 사람들을 만나가겠다는 것과 현실의 구체적인 요구를 손에 쥐고 싸움을 조직하는 대중투쟁을 해나가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했고, 둘째날 세션이 그런 고민으로 준비되었음이 이야기되었다.


대중운동으로 기후정의운동을 만들기 위해

둘째날은 석탄발전 비정규 노동자 투쟁 연대전략으로 시작했다. 기존의 고용보장을 넘어선 투쟁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는데,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공공성이 의미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알려나가야 한다는 고민이 나눠졌다. 두 번째 세션인 농민투쟁 연대전략은 그 동안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의 피해사례로 농민이 호출되는 것을 넘어, 농민 삶의 존엄성과 농사의 의미를 다시 물으면서 자본주의 체제가 한국 사회에서 농업을 어떻게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았는지를 이야기했다. 세 번째 세션은 송전탑/가스발전소/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에 맞서 싸우는 지역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지역 싸움의 어려움과 연대를 구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을 확인하면서도 고립된 현장 싸움이 될 때 놓치기 쉬운 투쟁의 의미와 연결에 대한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세션은 작년 ‘탄중위 해체 공대위’ 활동을 ‘기후정의운동의 거버넌스’라는 측면에서 해석하면서 향후 과제와 의미를 남기는 자리였다.

첫째날이 추상적이고 큰 이야기들을 하는 자리였다면, 둘째날은 자기 현장에서 이미 싸움을 벌여나가고 있는 이들의 고민이 만나고 우리가 함께 무엇을 해볼 수 있을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둘째날 세션에 더욱 귀를 쫑긋 세우게 되었다. 앞으로 기후정의동맹이 어떤 활동과 사업들을 구상하고 조직해나갈지에 있어서 이는 구체적인 조건이자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 투쟁을 연결하기 위한 촉진자 역할을 기후정의동맹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에너지 체제 전환이라는 큰 이야기를 발전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 무엇일지, 기후위기 시대에 농민 투쟁의 과제와 고민들을 앞으로 어떻게 더 이어나갈 것인지 등이 모두 기후정의동맹의 과제로 느껴졌다. 부담과 함께 이런 활동이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기후정의동맹 출범을 앞두며

이틀 동안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이런 포럼/토론회 자리는 아마 누구도 경험한 적 없을 것이다. 그만큼 하고 싶고 할 이야기도 많았던 자리였다. 포럼에서 오간 소중한 이야기들, 뜻깊은 만남들을 기억하면서 기후정의동맹은 출범하게 될 것이다. 기후정의동맹이 만들어갈 여러 활동과 운동의 진전 속에서, 우리가 다시 나눌 이야기가 쌓일 때 또 다른 기후정의포럼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토론회 그만하고 세상 바꾸는 투쟁 시작하자는 누군가의 말처럼, 신발끈을 동여매고 나아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