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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

윤한봉·황광우의 오월정신 되찾기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은 성대한 기념식, 현직 대통령의 5․18 묘역 참배, 세계적 석학들과 유명인사들이 초청된 대규모 국제행사. 5․18의 20돌을 맞는 광주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광주의 이 화려한 축제 분위기 한편에선 5․18의 체제내화와 상품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윤한봉 민족미래연구소 소장과 황광우 민주노동당 광주시지부장을 만나 지금의 광주를 바라보는 입장을 들어봤다.

'5․18 최후의 수배자'였던 윤한봉 씨는 대통령과 관변화된 시민단체들이 5․18을 현 정권의 정당화를 위한 정치적 수사로 전락시키고 있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 광주민중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정립하고자 한다면,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전에 발포 책임자와 미국의 개입 등 아직도 확인되지 않은 진상을 규명하려는 노력부터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광우 씨 역시 5․18민중항쟁의 염원이었던 민주주의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과제임을 상기시키면서, 오월정신과 현 정권의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월정신의 올바른 계승은 민주주의를 확대․심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통해 가능하며, 집권 후 보수정권임을 명백히 드러낸 김대중 정권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만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광주를 '인권과 평화의 국제도시'로 만들자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경계의 눈빛을 늦추지 않았다. 광주를 인권의 도시로 만들려는 일부의 흐름은 5․18을 상품화하고 탈정치화 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두 사람의 인식이다.

윤한봉 씨는 "인권센터를 짓고 동상을 만들고 인권상을 수여한다고 해서 광주가 인권의 도시가 되는가. 진정 광주를 인권의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에 모범이 되는 인권정책을 수립하고 인권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운동을 활발하게 벌여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인권의 도시 운운하는 사람들은 인식 수준조차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라고 지적했다.

황광우 씨 역시 "광주는 학살자를 용서해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고,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악화시킨 그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인권을 이야기하는가. 광주가 진정 인권의 도시가 되고자 한다면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가하는 동안 국가보안법 철폐 등 인권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라도 벌여야 되지 않겠는가"라며 '죽어 가는 오월정신의 복원'을 촉구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과거는 현재 속에서 새롭게 구성된다. 5․18을 화려한 기념행사로 성급히 매듭짓기에 앞서 그 역사적 의미와 정신을 올바로 되새기고 미완의 과제를 해결할 때만이 오월정신의 현재화와 세계화는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