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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위,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

"양심의 자유는 국가비상상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26일 인권위는 우리 헌법 제19조와 자유권규약 제18조에서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가 "정신적 자유의 모체를 이루는 인간존엄성의 기초로서 정신적 자유의 근원을 이루는 국가비상상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이라며 양심의 자유에는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강제 당하지 않을 자유'로서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현 제도가 '양심적 병역거부 및 그로 인한 형사처벌'과 '단순한 병역의무의 이행' 사이에 양자택일하는 해결방법뿐이라며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병역이외의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라고 지적했다.

안보상황을 근거로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에 대해 인권위는 "독일과 대만의 대체복무제도의 도입은 안보위협이 있는 시기에 도입되었고, 특히 국방부의 병력 감축계획과 감축규모 그리고 지난해 감축사실을 종합해 보면 안보환경이 대체복무제도 도입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인권위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서는 △대체복무 인정여부를 공정하게 판정할 기구를 설치하고 △기간은 초기 단계에서는 현역복무기간을 초과하더라도 추후 국제적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축소하도록 하며 △대체복무의 영역은 사회의 평화와 안녕, 질서유지 및 인간보호에 필요한 봉사와 희생정신을 필요로 하는 영역 중에서 우리 실정에 맞게 채택하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최정민 집행위원장은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기관에서 병역거부권을 인정하는 권고를 내놔 다행"이라며 "이번 권고를 계기로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인 병역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어야 양심을 지켰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수감돼 지난 9월 출소한 나동혁 씨는 "인권위가 양심의 자유를 '국가비상상태에서도 유보될 수 없는 최상급의 기본권'으로 못박고 병역거부권을 인정한 것은 국가안보를 빌미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쐐기를 박은 적절한 반론"이라고 환영했다.

지난 10월 19일 천주교 신자로서는 처음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한 고동주 전쟁없는 세상 활동가는 "국회의원들이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병역법 개정 논의를 빨리 진척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씨는 다음달 4일 경찰조사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