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기초법 졸속개정 임박

부양의무자 범위축소 등 소폭개정…24일 상임위 통과 전망

개정 요구가 끊이지 않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이 미흡한 개정으로 마무리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기초법 개정안을 심의한 끝에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하는 소폭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 법안은 24일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된 기초법 개정안은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 등을 포함한 강기정 의원(열린우리당)안 △한국인과 결혼한 국내 거주 외국인 중 일부도 수급권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김춘진 의원(열린우리당)안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원칙적으로 수급권을 보장하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목표로 하는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안이 있다. 현 의원실에 따르면, 21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는 현 의원안의 개정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강기정 의원안을 기초로 축조심의해 심사소위안을 만들었다.


심사소위안, 어떤 내용 담겨 있나?

심사소위안은 부양의무자 범위를 현행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에서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축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마저도 예산증가를 우려해 2007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또 심사소위안은 차상위계층을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경우로서 소득인정액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계층"으로 정의했지만 이미 현행 기초법 시행령에서 "차상위계층이라 함은 수급자가 아닌 자로서 실제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분의 120 미만인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별로 나아진 점이 없는 셈이다.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지난달 26일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기초법 전면개정과 자활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기초법공대위)는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빈곤계층의 사각지대 해소를 포기함으로써 빈곤층의 염원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심사소위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국회의원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500만명이 넘는 빈곤층의 염원을 짓밟은 정치인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양능력 판별기준 개선해야

심사소위안은 부양의무자의 범위를 축소해 기초법의 사각지대를 일부 줄이고 있지만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 판별기준에는 침묵하고 있다. 현행 기초법은 수급권자·부양의무자의 실제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최저생계비와 비교해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을 판별하고 있다. 하지만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연구'에 따르면 수급자로 있다가 탈락한 사유는 △부양의무자 기준 25.7% △소득인정액 기준 44.4% △두 기준 모두 29.9%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한 가구 중 실제로 부양을 받지 못하는 가구가 56.2%에 달해 판별기준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기초법공대위는 이날 발표한 의견서를 통해 부양능력 판별기준을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해도 사회 평균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즉 중위소득 이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부양의무자의 경제능력이 미약할 경우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가족관계까지 단절하거나 함께 빈곤의 의험에 노출되기 때문. 현 의원안은 부양의무자의 유무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자'를 수급권자로 하고 기초법에서 부양의무자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


최저생계비 결정에 상대빈곤선 도입

현행 최저생계비는 복지부장관이 3년마다 실시하는 계측조사 결과를 가지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된다. 계측조사는 생활에 필수적인 모든 품목에 대해 최저소비량을 정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전물량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수급자 수를 늘리지 않기 위한 정치적 고려가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기초법은 최저생계비를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의하지만, '전물량 방식'으로 계측되는 최저생계비는 이미 주어진 예산을 기초로 결정되므로 턱없이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1988년 최저생계비는 4인가구 월평균소득의 45.2%였으나 지금은 30%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최저생계비를 국민의 평균 소득·지출수준과의 상대적 비율로 결정하는 상대빈곤선 도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기초법공대위는 의견서를 통해 "지나치게 낮은 최저생계비 기준으로 기초보장제도에서 배제되어온 빈곤층을 포괄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급여수준을 인상하여 실질적인 기초생활보장을 기할 수 있다"며 평균소득의 50%를 최저생계비로 설정할 것을 요구했다.


개별급여체계 도입으로 차상위계층에게도 급여 지급

수급권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어떤 급여도 받을 수 없는 통합급여체계인 현행 기초법은 차상위계층을 외면하고 있다. 기초법공대위는 "빈곤정책을 다층화해야 빈곤의 다양한 양상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의료·주거·교육급여는 개별급여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즉 △의료급여 대상자를 차상위계층 전체로 확대하고 △기존 의료급여 1종·2종의 구분을 폐지해 대상자 전원에게 1종 의료급여를 지급하며 △공공임대주택은 물론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차상위계층 이하의 빈곤층에게 임대료 수준의 주거급여를 시행하고 △고등학교까지의 입학금·수업료·학용품비·급식비·교통비 등을 금전 또는 물품으로 지원하기 위해 의료급여법·주거급여법·교육급여법을 제·개정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