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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참고인 출석강요는 인권침해"

인권위, 경찰관 경고조치·인권교육 수강 권고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을 강압적으로 출석시켜온 관행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제동을 걸었다. 8일 인권위는 지난 2월 ㄱ 아무개 씨가 "경찰관들의 부당한 출석강요로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경찰관 2명을 상대로 낸 진정에 대해 해당 경찰서장에게 담당경찰관을 경고조치하고 인권위에서 실시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수강시키도록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모 경찰서 경찰관 2명은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6시경 ㄱ 씨의 회사에 갑자기 찾아가 동행을 요구했다. ㄱ 씨는 퇴근시간이고 유아원에 있는 아이를 폐원 시간 전에 데리고 와야 한다며 동행요구를 거부했고 다음날 자진출석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유아원에 가서 아이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자", "출석을 안 하면 연행도 가능하다"며 ㄱ 씨를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들은 수갑을 꺼내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은 사기분양 첩보가 있어 수사하던 중 진술이 필요해 출석을 요구했고 아이를 데리고 함께 가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으며 다음날 출석하겠다고 해 돌아왔을 뿐이라고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답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경찰관들이 2시간 넘게 ㄱ 씨의 사무실에 머무르며 동행을 요구했고 ㄱ 씨가 이에 항의하며 사무실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을 하자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또 당일 수갑을 가져가지도 않았다는 경찰관들의 주장과는 달리 ㄱ 씨의 회사 동료는 경찰관이 수갑을 꺼내 책상 위에 놓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참고인은 어디까지나 수사의 협조자이므로…불쾌감을 주거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며 해당 경찰관들이 "참고인 자격의 진정인에게 협조를 구했다기보다는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출석 및 진술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인권침해조사1과 최은숙 조사관은 "(경찰관들의 행위에 대해) 징벌적인 조치는 필요하지만 처벌대상이 되는 범죄로는 보이지 않아 경고조치를 권고한 것"이라며 "내부교육이 미진함을 고려해 재발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21조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 아닌 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참고인에 대한 임의동행은 자발적 협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지난달 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도 임의동행을 요구할 경우 "상대방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동행에 동의한 경우라 하더라도 원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퇴거할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했지만 경찰청 훈령에 불과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약자의 위치에 있는 참고인이 동행을 거부하기 어려워 임의동행 명목으로 사실상 강제연행이 자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03년 <검찰연감>에 따르면 2002년 전체 사건 241만4841건 가운데 참고인 소재 불명 등을 사유로 한 참고인중지 사건은 2만8003건(1.16%)에 불과할 정도로 참고인들의 '출석율'은 높다. 게다가 국가보안법은 참고인이 출석요구에 2회 이상 불응할 경우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구인할 수 있고, 이 경우 경찰서나 '기타 적당한 장소'에 임시로 유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이에 따라 이번 인권위 권고가 참고인의 자발성을 가장한 강압적인 출석요구 관행을 근절시킬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