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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우리 밥상 쌀은 우리 손으로

가을하면 우리 동무들은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울긋불긋 곱게 단풍이 든 나뭇잎, 높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밝은 날씨 그리고 고개를 숙인 벼들로 가득 찬 황금빛 들판. 아마 이런 풍경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가을의 풍경은 바로 풍성함이지요. 그런데 어느 누구보다도 수확의 기쁨을 맛보아야 할 사람들인 농부들이 근심에 빠졌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농촌을 팔아서 나라 경제를 살린다고요?

나라와 나라 사이에도 우리가 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파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로 물건을 팔고 살 수 있는데요. 농산물도 나라들끼리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으로 다루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미 대부분의 먹거리가 개방이 되어서 밥상에 외국 농산물들이 올라오고 있지요. 그런데 지난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는 쌀도 이제는 더 많이 들여와야 한다며 ‘쌀협상 비준안’이라는 걸 통과시켰어요.

서로 물건을 나눠 쓰는 일은 좋은 일인데 뭐가 문제냐고요? 혹시 농부들이 욕심쟁이여서 반대하는 건 아니냐고요? 부족한 물건이나 농산물을 다른 나라에서 사오거나 반대로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면서 서로 함께 살 수 있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쌀이나 먹거리가 부족해서 다른 나라의 쌀을 들여오려고 하는 게 아니랍니다. 땅도 넓고, 기술도 발달해 적은 돈으로도 많은 양의 농산물을 거둘 수 있는 나라에서는 우리네 농촌처럼 할머니,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것과는 달리 삼성이나 엘지처럼 큰 기업들이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많은 돈을 벌려는 욕심에 농산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자기네 나라에서 다 팔지 못한 농산물을 다른 나라에 사라고 강요하고 있어요. 결국 나라와 나라 사이에 물건을 사고파는 일인 ‘무역’이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힘이 없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거예요.

더욱이 정부에서도 우리가 외국 쌀을 들여와야 우리의 생산품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고, 그래야 나라 경제가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있어요. 또 다른 나라들도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면서 농부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어요. 우리 농촌의 고통에는 모른 척 하고 다른 생산품을 파는 것이 정말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일까요?

쌀농사가 없어질지도 몰라요

적은 돈을 들여 많은 수확을 내는 외국의 큰 기업들이 지은 농산물이나 싼 노동력으로 농사를 지은 가난한 나라의 농산물들은 우리의 농산물보다 싼 가격으로 밥상에 오게 됩니다. 따라서 돈이 없어서 비싼 농산물을 사 먹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음식점이나 급식을 해야 하는 학교나 회사, 그리고 음식을 물건으로 만들어 파는 기업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온 싼 농산물을 찾게 돼요. 결국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밥상은 외국 농산물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지금도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 생활하기가 어려운 농부들이 많아요. 그런데 앞으로 외국 쌀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되면 농부들이 열심히 지은 농산물의 가격이 자꾸자꾸 내려가 살기가 더 힘들어지게 돼요. 희망을 잃은 농부들은 농촌을 떠나게 되고,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도 줄어들어 우리나라에서 거두어들이는 쌀이 사라지게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많이 먹는 밀도 처음에는 우리나라에서 농사를 많이 지었어요. 하지만 외국 밀이 들어오면서 가격이 많이 내려가게 돼 농부들이 밀농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밀 사용량의 90%를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어요.

건강한 밥상이 사라져요

또한 다른 나라의 농산물이 우리나라로 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농산물이 썩지 않고 신선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의 몸에 해로운 농약이나 방부제 같은 약품을 뿌리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밥상이 나쁜 음식들로 가득 차게 돼 우리의 건강까지 해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기 위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우리 쌀을 지키기 위한 대책들을 만들어야 해요. 농부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어야 하고, 외국 농산물보다 싼 가격으로 우리의 농산물을 사먹을 수 있도록 지원해 주어야 해요.


(*)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고민하고,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