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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가 될거야

남자가 먼저, 여자는 나중?

"ㄷ초등학교에서 출석부 번호를 생년월일이나 가나다 순서로 하지 않고 남학생에게는 1번부터, 여학생에게는 남학생의 번호가 모두 끝난 41번부터 부여한 것은 성차별이다. 학교에서 여학생에게 뒷번호를 주는 습관은 어린 시절부터 남성이 여성보다 우선한다는 차별적인 생각을 갖게 할 수 있고, 남학생에게는 적극적인 자세를 여학생에게는 소극적인 자세를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뀌어야 한다."

위의 내용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전의 ㄷ초등학교에게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내린 결정이에요. 동무여러분은 이 결정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혹시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냐? 나도 늘 그렇게 학교에 다녔는 걸, 뭐'하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나요?


원래 그런 거라고, 왜냐고 묻지 말라고?

이 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여자와 남자를 차별하는 습관이 여전히 있구나'하고 이야기했어요. 습관은 그런 거잖아요.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기 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들. 그런데 우리가 여자에게 또는 남자에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로 그렇게 자연스러운 걸까요?

1학년 정민이가 소풍을 갔는데, 모이라는 말을 미처 못 듣고 뒤늦게 오자 한 선생님이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야단을 쳤대요. 너무 놀란 정민이는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는데, 정민이가 울자 무안해진 선생님은 "야, 사내자식이 이런걸 가지고 우냐."하고 말했대요. 정민이는 '일부러 늦게 간 게 아닌데도, 선생님이 소리를 쳐서 깜짝 놀라고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나왔다. 그런데 내가 남자아이여서 울었던 것이 잘못인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가 하면 혜빈이는 집에서 엄마, 아빠에게 이런 말을 듣기도 합니다. "혜빈아, 너는 여자아이니까 남자애들처럼 험하게 놀면 안 되는 거야. 여자는 얌전해야지." 하지만 혜빈이는 답답합니다. 반에서 달리기도 제일 빠르고 공도 제일 멀리 던져서 놀이터에서 놀 때면 친구들이 항상 혜빈이를 찾는데, 놀다보면 어디 옷에 흙도 안 묻히고 놀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여자라서 얌전하게 놀아야 한다니요?


그물에 걸리고 싶지 않아

원래부터 그렇지 않은 차이를 집에서, 학교에서, '그런 여자와 그런 남자'로 길러내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렇게 길러진 여자와 남자가 원래부터 그랬다고 이야기하지요. 여자와 남자를 비교하면서, 여자보다 남자가 더 뛰어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자는 지도력이 별로 없으니까 반장이나 회장은 어울리지 않는다, 여자는 원래부터 수학이나 체육은 잘 못한다, 등등.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원래 여자들은 아이들을 돌보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남자들은 당연히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지." 사람들이 정해놓은 이런 '여자라는 틀'이나 '남자라는 틀'로 표현할 수 없는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너는 여자다운 여자가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해, 남자다운 남자가 되려면 저렇게 해야한다"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처럼,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을 달고 헤엄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아버지가 남자가 무슨 발레냐며 남자는 힘이 세지는 권투를 해야 하는 거라고 말했지만, 권투 대신 발레를 선택했던 소년 빌리가 뛰어오를 때 얼마나 아름다운 빛이 났는지. 책을 좋아하는 소녀 빨강머리 앤이 얼마나 영리하고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물고기의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보이는 일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보이나요?

(*) 국가인권위원회 : 인권 침해를 받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만든 국가기관

[생각해 봅시다] 세상에 정말 '여자다운 여자'와 '남자다운 남자'가 있는 걸까요?

동무들도 "여자가 얌전하지 못하고 칠칠맞게 구는구나!"라든가, "너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디 늠름한 남자가 될 수 있겠어?"하는 말들을 들어본 적 있나요?

네, 네. 동무들도 그런 말을 들어 봤다고요? 저런 말을 들어서 기분이 나쁘고 속상했다고요?

맞아요, '여자는 꼭 이래야 한다,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참 답답해집니다. '여자다운 여자' 혹은 '남자다운 남자'라는 것이 정말 있는 걸까요? 남자들은, 여자들은 그렇게 성별대로 똑같아져야 하는 걸까요? 나는 나이고, 내가 갖고 있는 특징들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에게 있는 특징들인데, 어떻게 '세상의 모든 여자' 또는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똑같을 수가 있겠어요.

저는 요, 스무살이 훨씬 넘은 어른 여자입니다. 머리는 찰랑찰랑 단발머리구요, 운동화를 무척 좋아해서 매일매일 운동화를 신고 회사에 출근을 해요. 가끔 깜빡 까먹고 물건을 놓고 다니거나 길에서 잘 넘어져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친구들이랑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조용 이야기를 나눌 때는 참 행복해지는 그런 사람이에요. 동무들은 어떤 사람인가요? 운동장을 힘차게 달릴 때 신이 나는 여자인가요? 지나가는 고양이를 볼 때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꼭 안아주고 싶은 남자인가요? 나는 이 글을 읽는 동무들이 어떤 사람인지, 참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