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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가짜 믿음을 강요하지 말아요!

# 선생님의 기도

선생님, 저 수민이에요. 편지를 쓸까말까 많이 망설였어요. 그래도 제 마음을 꽁꽁 숨겨두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제 마음을 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우리 반은 매일 아침 기도를 올리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자, 모두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립시다"라는 말씀하실 때면, 뭔가 무거운 게 가슴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어요. 지금까지는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기도하는 척했어요. 그런데 그런 행동은 제 자신과 선생님을 속이는 거니까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반 어린이들 중에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절에 다니는 어린이도 있고,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 어린이들도 있어요. 선생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를 해주시는 예쁜 마음은 감사하지만, 그 종교를 믿지 않는 어린이들에게까지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선생님에게 기도할 자유가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기도를 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 않나요?


# 동무의 하느님

영호에게
영호야, 어제는 내가 미안했어. 내 말이 너무 심했지? 미안미안~

어제 네가 "나랑 함께 교회에 나가지 않으면 우린 진정한 동무가 될 수 없어"라고 말했을 때, '띵~' 하고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교회를 안 다니면 동무도 될 수 없다니! 무지무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구.

우리가 처음 같이 밥 먹었을 때가 생각나. 네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곤 조금 어색한 기분이 들었는데, 나도 숟가락을 놓고 기다리기로 했어. 네 기도가 끝날 때까지 말야. 네가 믿는 종교를 존중해주고 싶었거든.

신이라는 게 정말 있는 걸까, 난 잘 모르겠어. 그렇다고 '종교를 가진 동무와는 친하게 지내선 안돼!'라고 생각하진 않아. 누군가 하느님을 믿는 네 마음을 하찮게 여기거나 바보 같은 짓이라고 낮추어 말하면 네 기분이 어떻겠니? 마찬가지로 다른 신을 믿는 마음도, 신을 믿지 않는 마음도 소중하게 대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신부님, 목사님, 스님이 한데 어울려 어떤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본 적 있어. 우리 옆집만 해도 가족끼리 서로 종교가 달라. 아주머니는 절에 다니시고, 그 집 누나들은 성당에 다니는데, 아저씨는 아무데도 다니지 않거든. 그런데 넌 왜 내가 교회에 다니지 않으면 동무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거니?


# 학교의 종교

교육부 장관님께
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유민이라고 해요. 얼마 전 뉴스에서 강의석 오빠 이야기를 봤어요. 뉴스를 보고 나서 생각한 건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부 장관님이 꼭 나서주셔야 할 것 같아 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

교육부장관님이 너무 너무 바빠서 의석이 오빠 얘기를 아직도 모르고 계실까봐 제가 대신 말씀드리려구요. 이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꼭 읽으셔야 해요.

의석이 오빠는 작년까지 서울에 있는 대광고등학교를 다녔어요. 그런데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기도를 시키고, 일주일에 한번씩 모두 예배도 보게 했대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학생회장도 될 수 없게 학교규칙에 적어놓기도 했구요. 의석이 오빠도 처음에는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그냥 따랐대요. 정말 하느님을 믿는 게 아닌데도 믿는 척했던 거래요. 그러다 자기 마음을 속이는 걸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의석이 오빠는 결심했어요. "학생에게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치기로 말이에요. 학교가 강제로 학생들에게 예배를 보게 하거나 종교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는 거지요.

그러다 의석이 오빠는 학교에 밉보여 쫓겨나기까지 했어요. 학교에서 쫓겨나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 봤어요.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틀림없이 너무너무 무서웠을 거예요. 그런데도 오빠는 용감하게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학교에서도 강제로 예배를 보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거라고 약속했어요. 법원에서도 오빠를 학교에서 내쫓은 건 잘못된 일이라고 결정을 했어요. 그래서 다행히 오빠는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네요.

그 일이 있은 지 꼬박 1년이 다 되어가요.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대요. 학교에서 학생을 얕잡아보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나라에서 학교를 혼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교육부장관님은 정말 이 일에 관심이 없나 봐요. 대광고등학교 말고도 많은 학교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얼마 전 의석이 오빠는 법원에 재판을 열어달라고 요구했어요. 학생들에게 어떤 종교를 강요하는 행동이 인권을 침해하는 일인지 아닌지 가려달라고 말이에요.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가 이 일을 팔짱만 낀 채 지켜보는 행동도 잘못이라고 판단해달라고 말이에요. 저는 이 재판에서 의석이 오빠가 꼭 이길 거라고 믿어요. 종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소중한 인권이니까 말이에요.

교육부장관님이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둘러주시면 좋겠어요. 지금도 무서워서, 일이 복잡해질까봐, 또는 시간이 없어서 원하지 않는 종교행사를 꾹 참아내고 있는 언니, 오빠들이 많으니까요. 설마 제가 중학교에 가는 해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지는 않겠지요?

[생각해 봅시다] 종교를 가질 자유, 갖지 않을 자유, 바꿀 자유

우리 모두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믿을지 스스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신에게 믿음과 예의를 전하는 행사를 치르기도 하지요. 또 자기가 믿는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위해 부지런히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모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런데 자기 종교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데만 온통 신경을 쓰는 사람들은 종종 잊어버리곤 합니다.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와 다른 종교로 바꿀 자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일도 자주 일어나지요.

자기 자식이라고 해서, 자기 학교 학생이라고 해서 종교를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 종교를 믿고 선택하지 않으면, 그 믿음은 가짜가 되니까요. 또 다른 종교를 믿다 자기 종교로 바꾸면 좋아라 하는 사람들도, 자기 종교를 믿다 다른 종교로 바꾸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싫어하는 마음을 갖습니다. 싫어하는 마음이 커지면, 종교를 바꿀 자유를 아예 막아버리기도 하지요. 이런 행동도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랍니다. 그런데도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온 이상 학교가 믿는 종교에 따라야 해!' 하고 으름장을 놓는 학교들이 참으로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