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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예배 선택권'까지 가는 3중의 문

마침내 변화의 물꼬가 터졌다. 강의석 학생이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꼬박 45일째를 맞은 24일, 학생의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는데도 꿈쩍도 않던 학교가 미흡한 수준이지만 학생에게 예배선택권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일구어낸 결실이다. 강의석 학생은 오직 양심의 목소리에 충실하고자 용기있는 행동을 이어왔다. 각계에서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고 청소년들도 직접 나서 학내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했다. 비판의 열기가 높아지자 무책임한 자세로 뒷짐지고 있던 교육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산처럼 꿈쩍도 않던 학교를 움직여냈다. 인권의 사각지대, 비판의 성역이었던 학교에서 희망의 싹을 틔웠다.

하지만 이번 결정 내용에는 여전히 문제점이 남아 있다. 예배선택권을 학생이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보지 않고 여전히 학교에 의해 허용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결정대로라면, 원치 않는 학생이 예배 참석을 하지 않으려면 담임교사, 교목실과의 '상담'과 학부모의 '동의'라는 3중의 문을 거쳐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또다시 학생의 자유의사가 꺾이고 그 자리에 학교나 학부모의 강제가 들어설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학교가 이렇게까지 해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종교와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억압적인 절차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학교측이 이렇듯 교묘한 방식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종교의 이름으로, 교육의 이름으로 학생들의 인권을 탈취해 온 잘못된 관행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예배선택권은 결코 학교가 학생에게 허용하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님을 명백히 인식해야 한다.

대광고뿐 아니라 '거짓과 강압의 전당'이 되어버린 다른 종교계 사립학교들도 변화를 위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처럼, 교육당국 역시 모든 학교에서 종교과목과 종교활동이 강제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의 촉수를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