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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불법파견 판정에도 모르쇠

기륭전자 노동자들 공장점거 한 달

기륭전자(주)가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서도 계약직근로자들에 대한 계약해지를 계속 진행해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공장점거가 계속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륭전자분회'(아래 기륭분회)는 지난 8월 24일 계약직, 불법 파견노동자의 정규직화 해고자(계약해지자) 원직복직 부당노동행위 즉각 시정 및 중지 노동조합 인정을 주장하며 생산라인을 점거했다.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기륭전자분회

▲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 [출처] 기륭전자분회



불법파견 판정 받은 기륭전자

위성라디오, 위성방송수신기 등을 생산하는 기륭전자(주)는 아시아시멘트 계열의 코스닥 상장회사로서 2004년 상반기 약 730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약 151억원에 이르는 업체이다. 기륭분회에 따르면 구로디지탈 산업단지내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최근 3년간 신규채용된 여성 생산직 노동자는 99%가 파견노동자인점 등 대부분이 여성인 생산직 노동자 250여명중 210여명을 인력공급업체와 도급계약을 맺고 불법파견을 자행해 지역내 대표적인 불법파견 사용업체로 주목받아 왔다. 기륭전자는 노동조합 결성이전 파견노동자들에 대해 물갈이해고, 문자해고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를 해고해왔으며, 해고사유 또한 잡담, 말대꾸, 작업현장에서 과로로 쓰러짐, 뻣뻣함, 잔업을 몇 번 안함, 관리자에게 밉보임 등 전근대적인 사유를 내세워왔다.

지난 6월 30일 민주노총 이수호 위원장 외 5명은 '근로기준법 위반 및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 건으로 기륭전자(주) 등 3개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해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가 지난 8월 2일 기륭전자(주)와 (주)휴먼닷컴이 2003년 3월 1일부터 2005년 7월까지 2년 5개월간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를 불법파견한 것으로 확인된 위반사항에 대하여 8월 25일까지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기륭전자(주)가 '완전 도급화'를 내용으로 하는 계획서를 제출해 노동부가 9월 26일까지 다시 2차 계획서 제출을 지시한 상태.


회사 경영진의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

최정우 전국금속노동조합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지회장은 지난 7월 21일 기룡전자(주) 대표이사에게 전달한 항의문에서 노동조합의 단결을 저해하는 내용의 소식지를 근무시간 중에 배포하는 행위 관리자를 동원한 백지탈퇴서 강요 작업장내 감시카메라 20여대 설치 조합원 순차적 계약해지 조합원 부조장 직책 박탈 및 부서이동 등은 "노동조합의 조직, 가입, 활동에 대한 비난이나 반 조합적 언동, 노동조합 운영에 대한 지배개입으로 명확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비조합원으로 구성된 '기륭전자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기사모)의 소식지에 따르면 기사모는 "'해고노동자의 글'이라고 조합원의 소식지에 글이 올라오는데 누구냐"며 "우리 회사는 계속 충원을 해왔지 해고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왜들 이렇게 부정적이고 공격적이냐"며 "이러한 단체에 속하여 행동하는 사람과는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측은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공식적인 면담과정 등에서 나타냈다. 지난 7월 12일 파견노동자와 회사임원진과의 면담과정에서 사측은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기린텔레콤과 인수과정에서 본사사옥 매각과 성남이전 등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국내 컴퓨터 시장의 저가 경쟁으로 부도를 맞게 된 현주컴퓨터 회사를 거론하며 노동조합이 회사를 망하게 했다는 있지도 않은 거짓을 주장한 바 있다.


사측, 노동부 지시 무시하고 계약해지 지속

서울관악지방노동사무소는 지난 8월 23일 "기륭전자(주)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불법도급에 대하여 8월 25일까지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상태임에도 계약직근로자들에 대한 계약해지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은 노사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개선 계획서를 제출받아 적법성 여부를 판단 할 때까지 파견직을 포함한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한 계약해지 등 근로자들에 대한 일체의 고용불안행위를 중지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기륭전자(주) 대표에게 보낸 바 있다. 사측은 물량감소를 이유로 7월 31일 계약직 3명, 8월 4일·7일 파견직 4명, 18일 16명을 부당해고 하는 등 계약해지자가 60여명에 달하는 것.


"노동자들의 피맺힌 외침을 외면하지 말라"

비정규직 불법파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기륭전자(주)는 아무런 입장 변화가 없고 오히려 농성중인 조합원중 21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 한데 이어, 추가로 13명에 대해 고발하고, 7명에 대해서는 건조물 침입죄로 고발하였다.

한편, 경찰은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일주일만에 출두요구서를 3차례나 보냈으며 지난 9월 12일 3차 출석요구에 조합원이 불응하자, 하루만에 21명 전원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해 지난 14일 집에서 출근을 준비중이던 오성숙 조합원을 남부경찰서로 연행했다.

이에 지난 15일 사회진보연대 등 26개 인권·사회단체는 성명을 통해 "추석이 코앞인데 경찰이 조합원 21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은 추석명절때 집에 가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더욱이 집에 다녀오던 조합원이 연행당한 상황이어서 대부분의 40∼50대 여성들인 조합원들은 찬 공장 바닥에서 추석 명절을 보내기로 하고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만약 경찰이 이러한 틈을 타서 여성노동자들을 강제해산하려 한다면 이는 더욱 커다란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으며 비난과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단체들은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며 오히려 사측의 불법파견과 노동탄압,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는 조치와 더불어 사측의 성실한 교섭, 불법파견에 대한 정부의 시정조치"를 촉구했다. 비정규직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의 피맺힌 외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것.

'최저임금 실현과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서울남부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박경선 집행위원장은 "사측은 부당한 계약해지를 철회하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야한다"며 "해고자를 원직복직 시키고 계약직, 불법 파견노동자를 정규직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