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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비폭력직접행동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기획] 평화운동의 새로운 도전 ③

한국에서도 이제는 영국의 핵잠수함 반대운동 '트라이던트 보습만들기'(Trident plough shares)나 죽음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정부의 불도저를 막아서는 '국제연대운동'(International Solidarity Movement, ISM)의 활동 등 해외의 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어 '비폭력직접행동'(nonviolent direct action)이란 말이 어느 정도 익숙한 것 같다. 하지만 우리에게 직접행동은 그 한 장의 멋진 사진으로만 기억될 뿐 직접행동의 의의와 그 철학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 그래서 2004 평화캠프에서 비폭력트레이닝을 받았던 캠프 참가자들은 하나의 비폭력직접행동, 캠페인이 준비되는 과정에서의 치열함, 치밀함에 놀랐던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비폭력직접행동이야말로 갖가지 운동의 방법 중에서 최고의 정점에 있는 진정한 행동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거꾸로 그러한 운동을 일회의 이벤트성 운동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비폭력직접행동은 많은 다른 캠페인들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사용할 시기와 다른 효과적인 방법들을 함께 고려해야만 하는 목표가 제한되어 있는 행동이자, 또한 다른 측면으론 언론에서 보여 지는 것과 같은 멋진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평등, 민주주의, 개인의 책임감과 동급의 언어이자 부조리한 사회현상은 민중의 힘으로만이 끊어낼 수 있다는 선언과 같은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비폭력직접행동은 개인이나 혹은 그룹이 변화를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요구하는 대신 스스로가 직접 행동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비폭력직접행동은 다양하다. 파업이나 태업 등과 같은 합법적인 행동에서부터 법과 제도를 일부러 조롱하는 시민불복종, 상징과 비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적 행동 등 수많은 방법이 비폭력직접행동의 테두리에 포괄될 수 있다. 어떤 수단을 선택하든지 간에 비폭력직접행동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비폭력직접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권력이나 힘을 가진 다른 사람들의 힘에 기대는 대신 사람들은 직접행동을 실천하면서 그들 스스로의 힘을 찾으려 한다. 이것은 특정 농장에서 만든 상품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책임을 실천하는 작은 규모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나 직장에서 비협력(non-co-operation)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그러한 실천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스스로 만들고 실천한 이러한 직접행동의 힘은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행동을 실천할 수 있게끔 다른 사람들을 조직할 수 있는 능동성을 갖게 한다.

직접행동에는 수많은 접근법이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직접행동은 표 찍는 기계에서 벗어나 책임감을 획득하는 것이자 그들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직접행동을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행동은 다른 전통적인 투쟁의 방법이 모두 소진되었을 때 최종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대용수단이라기 보다는 힘, 능동성,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 방법과 결과를 일관되게 보기, 삶을 존중하기, 갈등의 자연스러움을 인지하기 등의 원칙이라 받아들여져야 한다. 직접행동은 다른 형태의 행동에 의지, 호소하고 그러한 행동들에 기초하지 결코 다른 방법들을 불필요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직접행동은 폭력적 행동과 심지어 무장투쟁까지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범위의 행동과 행동 방법이다. 비폭력직접행동은 운동의 상징적 힘을 강화할 수 있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참가를 촉진한다. 비폭력을 통한 소통방법은 폭력보다 바람직하며 이는 반대자들과 중립적인 제3자 모두에게서 보다 나은 반응을 이끌어낸다.

비폭력직접행동은 때때로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오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세계화 반대 시위에서 맥도날드의 유리창을 부수는 시위대를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비폭력직접행동에서 이러한 시위 형태는 전쟁국가의 파괴주의와 전혀 다를 것이 없으며 이러한 종류의 시위가 계속되면 될수록 평화시위 자체 내에서 폭력이 유발되며 이러한 폭력적 기운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물론 어떻게 끝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사보타주나 펜스를 파괴하는 행위 자체는 본질적으로 폭력적이지는 않다. 실제로 1981년 미국에서 핵 기지에 침입해 미사일의 원뿔형기수(nose cone)를 해머로 부숴버렸던 '플로우쉐어스 8'(Plowshares Eight) 멤버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스스로 이미 폭력을 조장하고 악용되어왔던 것들을 자연으로 되돌리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신부, 뮤지션, 선교사, 수녀, 법률가 등으로 구성된 액션그룹인 '플로우쉐어스 8'은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사의 핵미사일 기지에 침입해 2개의 원뿔형기수를 부수고 자료들에 붉은 물감을 쏟아 붓고 평화를 위한 기도를 했다. 그들은 10가지가 넘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5년에서 10년형이 선고되었고 23개월 반을 복역하고 1990년 가석방되었다.

이러한 비폭력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책임감이다. 사람들 스스로의 삶의 방법을 인식하는 것이다. 비폭력적인 질서를 지속하는 것에서 개인의 성찰과 결단이 아닌 회의 결의, 조직의 지시, 내부 규율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무익한 것이다.

폭력적인 행동은 거의 기계적으로 의견들을 분산시키며 분쟁을 양분화 시킨다. 이에 반하여 비폭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려고 노력한다. 폭력적인 전술은 대체로 젊은 사람들, 남성들처럼 신체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비폭력은 모든 공동체, 그리고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언어일 수 있다.
덧붙임

오리 님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 이 글의 내용은 '비폭력직접행동 준비하기'(Preparing for nonviolent direct action)라는 팜플릿의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원문은 <월간 평화연대>(peace.jinbo.net)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