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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사회보호법이라는 악법을 더 이상 계승하지 말라

지난 15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사회보호법 폐지안'과 '보호치료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전두환 군사독재의 위헌적 기구, 국가보위입법회의가 만들어낸 사회보호법이 폐지의 문턱을 넘어서게 되었다. 개정 이후 지금까지 1만 명이 넘는 피해자를 만들어 온 사회보호법은 재범을 방지한다는 미명하에 '이중처벌'과 '사회로부터 격리'라는 심각한 인권침해를 자행해 온 '전체주의적 악법'이다. 그러나 보호치료법안과 관련 법령의 개정안을 살펴보면 사회보호법이 가지고 있는 악법의 정신을 그대로 잇고 있어, 이대로 통과된다면 '사회보호법 폐지'는 17대 국회의 생색내기 이벤트로 그칠 판국이다.

먼저 사회보호법 폐지를 앞두고 법무부의 가장 우려스러운 움직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는 현재, 보호감호 집행 중인 자와 보호감호가 병과되어 대기 중인 자에 대해 경과규정을 두어 폐지 이후에도 보호감호를 계속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폐지된다하더라도 보호감호소는 수년간 그대로 존속된다. 지난 25년간 보호감호소를 통해 자행해 온 숱한 인권침해를 사과하기는커녕, 사회보호법 폐지에 재를 뿌리는 법무부의 만행은 인권침해기관의 오명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한편 보호치료법안 16조는 '심신장애자'의 경우 치료기간의 상한을 정하지 않고 보호치료위원회가 판단해 종료시점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보호치료자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킬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꼴이 되며, 국제인권협약이 금하고 있는 '절대적 부정기형'을 승인하는 셈이 된다. 법안의 목적이 치료보다는 '재범의 방지' 즉 사회방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금고형 이상에 해당하는 광범위한 죄에 대해 '심신장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보호치료 기간의 상한을 두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무제한 박탈하는 것이다.

법무부 산하의 보호치료위원회가 보호치료의 종료를 결정한다는 규정도 악법의 계승이다. 법안은 위원회를 법률가나 정신과전문의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피보호치료자가 종료결정을 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이나 기준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자의적 심사의 폐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법안심사소위에서 공주치료감호소의 한 의사가 출소 후 살인을 저지른 한 피감호자의 예를 들어가면서 '부정기형'을 눈물로 호소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편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2003년도 국정감사 정책자료는 플라스틱 물병을 훔친 단순절도에 대해서도 1년 6개월 이상의 치료감호를 받아야 하는 억울한 경우를 보고하고 있다. 살인과 같은 중죄를 기준으로 부정기형을 규정하는 것은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보호법의 폐지로 인한 민생치안 불안을 빌미로 법무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동일범죄에 대한 재범의 경우 형을 두 배까지 가중한다는 것이다. 보호감호사건의 80% 정도는 상습절도죄라고 법무부는 말하며 이러한 민생침해죄를 엄벌하기 위해 법정형을 상향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 과정에서 많은 가출소자들이 재범을 저지르고 다시 철창에 갇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목도해왔다. 법무부가 말하는 민생침해죄는 '생계형 범죄'의 다른 말이다.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또다시 범죄에 들어서는 전형적인 '무전유죄'가 바로 생계형 범죄이다. 그들은 형기를 두 배로 늘인다고 범죄를 두려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들이 두려워 하는 것은 반복되는 감옥살이가 아니라, 오히려 '호구지책 없는 캄캄한 세상'이다.

힘 없고 가난한 국민들을 '흉악한 범죄자'로 만드는 사회보호법은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더불어 그와 유사한 악법의 망령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국회는 경청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