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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블랙리스트' 발견

피해자들 "공안기관 사찰자료 거대자본과 공유"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에서 노동운동 경력자 등의 명단을 작성한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고 있었음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울산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인 (주)대서공영에서 '입사관리대상자'라는 제목의 문서가 노동자들에 의해 발견된 것.

이날 공개된 블랙리스트의 일부분

▲ 이날 공개된 블랙리스트의 일부분



사회당(대표 신석준)은 피해자들과 함께 15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수한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 4월 6일 (주)대서공영의 노동자들은 미지급된 설 귀향비 지급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현금으로는 줄 수 없으니 물건으로 가져가라. 조합 활동자에게는 한푼도 줄 수 없다"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노동자들은 사무실에서 서류뭉치를 가지고 나와 폐지로 팔기 위해 분류하던 중 이 가운데서 '입사관리대상자'라는 제목 하에 65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적혀있는 명단을 발견했다.

15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15일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최영태 씨는 "2001년부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기업체에 취업지원서를 제출했으나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하는 등 계속 취업이 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전에 울산노동자연맹 등에서 활동했던 전력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며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차별행위"라며 분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최영태 씨(왼쪽)와 남병희 씨

▲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최영태 씨(왼쪽)와 남병희 씨



또 다른 피해자 남병희 씨는 "2001년 대우자동차 공투본에서 활동하면서 수배를 당한 적이 있는데, 이때의 기록이 남아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러한 리스트는 일개 하청업체에서 만들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노동운동 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취업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울산지역에서 활동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단에 이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공안기관이 일상적으로 민중운동 진영을 사찰을 하면서 이를 거대자본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진 노사문화' 만들자더니 블랙리스트가 웬 말?

▲ '선진 노사문화' 만들자더니 블랙리스트가 웬 말?



사회당은 성명서를 통해 "명단에 포함된 65명 중 12명이 사회당원"이라며 "블랙리스트는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노동자가 취업을 하지 못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면에서 생존권을 박탈하는 간접살인에 해당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규탄했다. 이어 "이는 정치적 신념을 이유로 취업의 기회를 박탈한 중대한 차별행위이자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기업차원에서 규제하려는 정치적 자유에 대한 자본의 중대한 침해이자 도발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블랙리스트는 현대자동차가 하청노동조합 탄압과 하청노동자 길들이기에 얼마나 열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이므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당사자와 하청업체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자본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블랙리스트를 찢어버리는 상징의식을 벌인 후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사회당과 전국노동자회 명의로 인권위에 제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회당과 전국노동자회는 자체 진상조사단 파견, 고소고발 등을 통해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할 예정이다.

피해자들이 블랙리스트를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 피해자들이 블랙리스트를 찢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