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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문헌으로 인권읽기]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들의 선언'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 Gouges)

보편적 인권을 선언했다고 하는 근대 인권선언에서는 모든 인간이 아닌, 부르주아 남성의 권리가 보장되었을 뿐이었다. 이 문서는 프랑스 혁명의 대표적 문서인 '인간과 시민의 권리들의 선언'을 다시 쓰는 방식을 취하면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간과와 모멸을 비난한 것이다. 남녀평등의 관점에 선 발언은 구즈 이전에도 존재해 있었지만, 그녀는 여성의 권리를 확립하는 관점에 서서 사람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에서 여성이 배제 당하고 있었던 현실과,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보편적 인권'을 선언했던 인권선언(및 당시의 제정자들)의 기만성을 비판한 것이다.

구즈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의 프랑스 혁명과 인권선언 비판에 반대하여 '인간의 권리 옹호'(1790년)을 쓴 메리 울스톤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가 1792년에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쓰고 남성과 동등한 여성의 권리를 요구했다. 또 이들 여성의 권리 요구의 흐름은 1848년에 미국에서 1776년 독립선언을 기초로 한 '여성 소신선언'으로 이어진다.

구즈가 이 선언을 쓴 1791년은 프랑스에서 최초의 헌법이 제정된 해였다. 당시에 모든 여성은 재산 없는 남성 시민과 더불어 2등 시민 또는 수동시민으로 간주되어 투표권과 정치적 참여를 부인 당했다. "적어도 현 상황에서는 여성, 어린이, 외국인, 그리고 공적 시설의 유지에 하등 공헌할 수 없는 자는 공적 문제에 하등 능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 결과는 인구의 80%가 넘는 사람들이 수동시민으로 분류되어 선거자격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은 당연히 여성과 남성도 평등하다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부장제나 노예제, 식민통치, 계급 차별과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근대 인권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고, 공적영역에서 국가가 법을 평등하게(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과 사적영역에 대한 불개입을 강조했다. 공적영역의 참가자가 될 수 없는 여성이 소위 사적영역에서 겪는 폭력과 박탈은 애당초 인권문제가 될 수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다른 유럽의 나라들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다는 영국 여성의 권리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이렇다. 여성은 동일한 범죄에 대해 남성과는 다른 처벌을 받아야 했다. 교회에서는 남편들과 같은 의자에 앉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고, 흔히 구타당해야 했다. 일부 사회계약 이론가들은 자연상태에서의 여성의 동등성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사회계약에 들어갈 때 여성은 보호를 받는 대가로서 남편 또는 남성의 정치적 권위에 대해 동의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들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의 권위가 신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것이라면, 왜 군주의 권리는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동등한 인간이기를 요구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수난은 컸다.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들의 선언'에서 교수대에 설 권리만이 아니라 연단에 설 권리를 주창했던 구즈 자신은 1793년 단두대에서 처형당했다.

소수자로서 취급받으면서 실제로는 결코 소수자가 아니었던 여성의 권리에 대해서는 프랑스 인권선언 직후부터 세계 최초의 여권선언 등을 통해 계속 주장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참정권의 실현에만도 1백 50여 년에 가까운 오랜 세월이 흘러야 했다.

인권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관점에 선 '인권의 보편성'에 대한 비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인권 배제에 대한 비판 뿐 아니라 선주민족·장애인·이주자 등과 또한 이들 사회적 약자가 중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여성장애인, 여성이주자 등)의 인권 배제에 관한 비판과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침해'란 원래 권리가 있었을 때 침해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배제'란 애초에 권리가 있기나 했는가의 문제이다. 인권의 주체라는 면에서 볼 때 침해라 말하기에 앞서 배제의 문제가 가슴에 와 닿을 수많은 사람들이 인권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선언(1791)

전문


어머니들, 딸들, 자매들, 그리고 프랑스 인민의 대표들은 국민의회로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 권리들에 대한 무지, 망각 또는 멸시가 공공의 불행과 정부의 부패에 대한 유일한 원인들이라고 간주하여, 여성들은 엄숙한 선언을 통해 자연적이고 양도할 수 없으며 신성한 여성의 권리를 제시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리하여 이 선언이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항시 제시되어 그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무들을 끊임없이 상기하도록 하고, 여성의 입법권과 행정권의 행위들과 남성의 입법권과 행정권의 행위들이 매 순간마다 모든 정치제도의 목적과 비교됨으로써 존중받도록 하고, 이제 단순명백한 원리들에 입각한 시민들의 요구들이 언제나 헌법, 유익한 도덕, 만인의 행복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따라서, 출산의 고통 중에 보여지는 용기에서와 같이 미에서 우등한 여성은 최고존재의 앞에서 그리고 그 비호아래 다음과 같은 여성과 여성시민의 권리들을 승인하고 선포한다.


제1조. 여성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서 남성과 평등하게 태어나며 그렇게 존속한다. 사회적 차별은 오직 공동의 유용성에 입각할 때만 가능하다.


제2조. 모든 정치적 결사의 목적은 여성과 남성의 자연적이고 소멸할 수 없는 권리들을 보존하는데 있다. 이 권리들은 자유, 소유권, 안전, 그리고 특히 압제에 대한 저항이다.


제3조. 모든 주권의 원리는 본질적으로 국민에게 있으며, 이 국민은 여성과 남성의 결합에 다름 아니다. 명백하게 국민으로부터 유래하지 않은 권위는 어떠한 단체나 개인도 행사할 수 없다.


제4조. 자유와 정의는 타인에게 속한 모든 것을 회복하는 것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여성의 자연권 행사에 대한 유일한 제한은 영구적인 남성의 폭정이다. 이러한 제한은 자연과 이성의 법률에 의해 개혁돼야 한다.


제5조. 자연과 이성의 법은 사회에 해로운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 이러한 현명하고 신성한 법률에 의해 금지돼지 않은 모든 것은 방해될 수 없으며, 또 누구에게도 법이 명령하지 않은 것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


제6조. 법은 일반의지의 표현이어야만 한다. 모든 여성과 남성 시민은 직접, 또는 그 대표를 통하여 그것의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아야 한다. 남성과 여성 시민은 법 앞에 평등하므로, 그들의 능력에 따라서 또 그들의 덕성과 재능 이외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평등하게 모든 공적인 위계, 지위, 직무에 오를 수 있다.


제7조. 어떤 여성도 법이 정한 경우가 아니면 고소, 체포, 구금될 수 없다.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법에 복종한다.


제8조. 법은 엄격하고 명백하게 필요한 형벌만을 규정해야 하며, 누구도 범법행위 이전에 제정, 공포되고 또 합법적으로 여성에게 적용된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될 수 없다.


제9조. 일단 어떤 여성이든 유죄로 선고되면, 완전한 엄격함이 법에 의해 행사돼야 한다.


제10조. 누구도 자신의 기본적 의견에 대해 침묵할 것을 강요받아선 안된다. 여성은 교수대에 오를 권리를 가졌다. 마찬가지로 여성은 법이 규정한 공공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연단에 오를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제11조. 자유로 인해 아버지들이 자기 자녀에 대한 인정을 보장받기 때문에, 사상과 의견의 자유로운 소통은 여성의 가장 고귀한 권리들 중 하나이다. 따라서 어떤 여성 시민이든 진실을 숨기려는 야만적인 편견에 강요받지 않고 나는 당신 아이의 어머니라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법이 정한 경우에 그 자유의 남용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제12조.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들의 보장은 주요한 이익을 포함한다. 이러한 보장은 그것을 위탁받은 자들의 특수한 유용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인의 이익을 위해서 설치된 것이어야 한다.


제13조. 공공의 무력과 행정 비용을 위한 여성과 남성의 기여는 평등하다. 여성은 모든 의무와 모든 힘든 임무를 공유한다. 따라서 여성은 지위, 고용, 직무, 명예와 직업의 배분에서 똑같은 몫을 공유해야 한다.


제14조. 여성과 남성 시민은 스스로 또는 그 대표를 통해 공공의 기여의 필요성을 검증할 권리를 갖는다. 이것은 여성이 재산뿐만 아니라 공공행정에서 그 액수, 근거, 징수,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동등한 공유를 보장받아야만 적용될 수 있다.


제15조. 전체 남성을 목적으로 한 세금에 참가하는 전체 여성은 어떤 공직자에게나 그들의 행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 권리를 갖는다.


제16조. 권리들의 보장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권력의 분립이 정해지지 않은 모든 사회는 헌법을 갖고 있지 못하다. 헌법은 국민을 구성하는 개인들의 다수가 그 기초에 함께 하지 않았다면 무효이다.


제17조. 재산은 함께 있거나 헤어졌거나 남성과 여성 둘 다에 속한다. 남성과 여성 각각에게 그것은 불가침의 신성한 권리이므로, 누구도 합법적으로 확인된 공공의 필요성이 명백히 요구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그리고 정당한 사전 보상의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그것을 빼앗길 수 없다.


후문

여성이여, 깨어나라. 이성의 종소리가 전 우주에서 들려오고 있다. 당신의 권리를 발견하라. 강력한 자연의 왕국은 더 이상 편견과 광신과 미신과 거짓말에 싸여있지 않다. 진실의 불꽃이 어리석음과 권리 침해의 모든 구름을 쫓아버렸다. 노예화된 남성은 자신의 사슬을 끊기 위해 여성의 사슬을 수단으로 하는 힘과 필요를 늘려왔다. 남성은 자유로워지자 그 동료에게 불공평했다. 오, 여성이여, 여성이여! 언제가 돼야 눈을 뜰 것인가? 혁명에서 여성은 무슨 이익을 얻었던가? 더욱 분명한 멸시와 더욱 두드러진 경멸이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