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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인권경찰은 인권위 권고를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부터

"'인권'은 지켜서 좋은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인 가치"라는 말은 지난 1월 허준영 경찰청장이 취임사로 한 말이다. 그는 "모든 경찰업무는 어느 하나 인권과 연관 없는 분야가 없다"며 인권 경찰상을 제시했다. 이런 경찰청장의 방침에 따라 경찰은 '인권보호센터'와 '인권수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권보호직무규칙'의 제정을 추진하는 등 인권보호를 위한 계획들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마침 이런 때에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에 부안 핵 폐기장 반대 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이 인권침해이며, 피해주민들에게 배상하라고 권고하였다. 진정이 접수된 지 1년 수개월만에 나온 결정이지만 지금도 새겨 들어야할 권고가 아닐 수 없다. 언제고 경찰은 상황이 벌어지면 방패와 곤봉, 돌로 시위자들을 내리찍고, 영장 없이 압수수색하고, 불법 불심검문을 하고, 폭언을 해대는 무법자로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 국가인권위 결정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여성 시위자에 대한 욕설 등도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다. 오히려 국가인권위가 객관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시위현장에서 빈번하게 목격되는 상황에 대해 진정인들의 주장을 기각한 것이 이상할 정도다.

이번 권고에서는 또 야간집회 금지에 대해서 '위헌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야간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법적 근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경찰은 부안 뿐만 아니라 최근 평택에서도 야간집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태세이다. 나아가 시위대들의 불법행위만을 채증한 경찰 채증활동의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국가인권위가 지적한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과잉 폭력진압의 문제는 부안 만의 문제가 아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시위대가 폭력적이든 평화적이든 지금까지 집회·시위를 인권으로 보호하기보다는 해산과 진압의 대상으로 보던 경찰이 현장에서 수없이 저질러왔던 일상적인 폭력행위들의 일단일 뿐이다.

이제 4월이면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노동법 반대 투쟁, 장애인들의 차별철폐투쟁 등 대규모 집회와 시위가 연이어질 것이다. 경찰이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여 폭력진압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책임자를 엄히 문책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로부터 인권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허 청장이 말하는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절대적 가치"인 인권의 맨 앞자리에 "집회·시위자의 인권"을 놓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다시 집회·시위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짓을 저지를 때 허 청장의 인권경찰상은 파탄날 것이다. 경찰이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진압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때 인권경찰은 기만으로 드러날 것이다. 지금 경찰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고, 어느 길을 가는가는 전적으로 경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