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지옥 같은 바울선교원, 인권침해 조사에서 화재까지

3월 10일 새벽 5시경,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그린벨트 지역 안 조건부 시설인 바울선교원(원장 최선이)은 갑작스런 불길에 휩싸였다. 허름한 목조건물과 판자와 합판으로 겹겹이 지은 미로 같은 10여 개의 방에는 알코올 중독자, 중증장애인, 정신지체장애인, 노인 등 40여 명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불길은 순식간에 이들이 자고 있던 방을 덮쳤다. 사무실 뒤에서 시작된 불길은 여성 숙소를 덮치고, 부엌과 뒷산을 타고 건너편의 남성 숙소를 덮쳤다.


불길 속 장애인 등 40여 명 구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 활동가 4명과 의경 등 5명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깨우고, 장애인들을 들춰 업고 밖으로 피신시키기 바빴다. 불이 났다고 소리쳐도 중증 장애인들이나 중품 환자들은 스스로의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고 동작이 느렸다. 화재 직전 전기가 나가 버려 이들은 어둠 속에서 가까스로 구조작전을 펼쳤다.

그들이 장애인 등 숙소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피신시키는 데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숙소는 모두 불탔다. 시설 생활자들을 모두 안전하게 옮기고 난 5시 17분경 소방차가 와서 화재는 진압될 수 있었다. 정말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불타버린 바울선교원 내부

▲ 불타버린 바울선교원 내부



이 시설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인권단체 사람들이 관리 사무실을 지키며 밤을 새지 않았다면, 경찰이 생활자들의 안전을 위해 배치 근무되지 않았다면 누군가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화재가 난 직후 의경들은 부엌에 있는 수도를 틀었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수도에 물만 나왔어도 조기에 화재는 진화될 수 있었지만 원장이 수도세가 많이 나온다고 수도를 끊고 수질이 좋지 않다는 지하수를 쓰게 하였던 탓에 갑작스레 물을 구할 수는 없었다. 시설에는 소방시설은 물론 소화기 하나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에 ㅁ자형 지붕과 방의 천정이 모두 탔고, 집기와 서류, 영락교회 등에서 보내왔다는 옷가지를 비롯한 후원물품들이 모조리 타 버렸다. 선교원 원장의 비리를 입증해줄 서류도 모두 타 버렸다. 단지 금고 안에 두고 원장이 관리하던 생활자들의 통장과 도장 등만 안전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원장이 자신의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방화를 교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었다.

그래서 온갖 비리와 인권유린의 온상이었던 "지옥" 같던 바울선교원은 아주 쉽게 소멸되었다. 원장은 화재 전날 들이닥친 조사단을 피해 도망 간 뒤 새벽 화재 현장에 잠시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화재 진압 후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안양시 당국은 협의하여 인근의 수리장애인복지관으로 시설 생활자들을 옮겼다. 수리장애인복지관의 직원들과 시 공무원들은 생활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1대1 면접을 실시하여 이들이 갈 수 있는 시설이 있는가를 파악했다. 생활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전원 조치하든가 아니면 보호자들이 있는 경우 보호자들에게 인계하기 위해서다.


모든 비리와 인권유린이 집약된 바울선교원

화재가 있기 전날인 3월 9일 오전 10시경 장애인권 단체들로 구성된 '조건부 시설 생활자인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아래 시설공대위) 조사단이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함께 바울선교원에 들이닥쳤다. 이곳에서 일어난다고 제보된 인권유린과 비리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최선이 목사는 갑작스레 들이닥친 조사단과 기자단을 외면했다. 그는 제보자를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버텼다.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칠판에 적힌 내용들을 지우다가 갑작스레 모습을 감추었다. 안양시청 공무원, 경찰이 있어도 별 수가 없었다.

바울선교원은 차라리 사회복지시설이기를 포기한 곳이었다. 최원장은 "누가 와서 볼 때 허름하고 불쌍해 보여야 후원도 한다"면서 시설을 방치했다. 1992년 그린벨트 내에 불법 건축한 이 건물에 아무런 사회복지 서비스나 프로그램도 없이 사람이 늘 때마다 방만 덧 지으면서 관리 아닌 관리를 해 온 것이다. 이것은 신고, 미신고를 따질 것도 없이 사회복지시설이라기보다는 수용소라고 해야 옳을 것이었다. 아동에서 노인까지 정신지체, 중풍 환자에 알코올 중독, 감옥 출소자, 남녀 생활자들이 이 좁은 시설 안에 방치되어 있었다. 이런 시설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남성 알코올 중독자가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그로부터 폭력과 성폭력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폭력과 성폭력을 원장은 방치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원장의 남편이 그 주범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타기 전 바울선교원 방 내부 모습. 방 안에 변기가 놓여 있다.

▲ 불타기 전 바울선교원 방 내부 모습. 방 안에 변기가 놓여 있다.



원장은 이들을 데리고 아침과 저녁 예배를 하고 식사를 제공하는 것 말고 나머지 다른 사항들은 알아서 하도록 방치했다. 시설관리자의 입장에서는 적당히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후원물품과 금품을 모아냈다. 생활자들은 입소할 때 있는 돈을 모두 원장에게 맡겨야 했다. 통장과 도장,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카드, 복지카드, 여권까지 원장은 일체의 모든 것을 요구했다. 이것을 가지고 원장은 매월 동사무소로부터 장애수당 등 수급권자들의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을 손아귀에 쥐었다. 그런 돈만 매월 1천 4백만 원대로 추산됐다. 거기에 교회나 유명 인사들이 보내오는 후원금품이 만만치 않았다. 생활자들은 자신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되는지도 몰랐다. 원장은 장애인 앞으로 나오는 판매대 같은 것을 돈을 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버렸고, 생활자들의 통장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고는 갚지 않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렸다. 한 생활자는 "큰 교회 같은 데서 옷 같은 것들이 들어오면 좋은 것들은 가려서 다른 데 넘긴다"고 증언했다. 돈이 되는 짓은 무엇이든 해왔던 것이었다. 생활자들은 그런 돈으로 유학간 아들에게 수백만 원씩 부쳐주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바울선교원을 알코올 중독자들이 떠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원장은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 알코올 중독자에게 술 먹는 것을 허용했다. 다른 알코올 시설 같으면 금주를 시키고 단주 프로그램을 돌리게 마련이며 이런 프로그램은 대체로 집단적인 규율을 요구하게 된다. 그런 그들이 이미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았거나 어디 다른 시설을 찾아갈 능력이 없는 장애인이나 환자들 위에 군림했다. 여성들은 그들이 제일 무서웠다. 컨테이너 박스 같은 곳에 끌려가 성폭력을 당하기가 예사였고, 그런 사실을 원장에게 말했지만 원장은 그런 호소를 묵살했다. 이미 사회에서 부부관계에 있던 성인 남녀를 원장 임의로 부부로 지내게 하기도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동들도 있었다. 구타와 성폭력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아동들은 긴급하게 아동학대예방센터에서 보호 조치했다.


조건부시설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 필요

이런 미인가 시설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것이다. 2003년 경기도 양평군 성실정양원, 충남 연기군 은혜기도원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이 폭로되었다. 시설공대위는 보건복지부가 현재의 미신고시설을 양성화한다는 핑계로 만든 조건부시설에 대한 민관 합동 조사와 조건부시설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지만 보건복지부는 1천여 개의 조건부시설을 양성화한다는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한 조건부 시설 실태조사에서 인권유린 등의 문제 시설에 바울선교원이 누락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시설들이 전국에 1천 개도 넘는 것이고, 그런 시설들은 오는 7월 31일이면 미신고나 조건부의 딱지를 떼고 정부의 지원금도 합법적으로 받는 신고시설로 전환되는 것이다. 국민의 혈세로 시설장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회복지 시설장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전국의 조건부 시설의 시설장들은 이런 혜택을 얻기 위해 신고시설이 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려 혈안이 되어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사회복지시설 정책이 낳은 기형적인 결과가 바울선교원이었다. 언제라도 화재가 나면 단 10여 분만에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곳에 장애인들과 소외된 이웃이 방치되어 있다.

수리장애인복지관에 임시로 보호조치되어 있는 바울선교원 생활자들에 대한 최원장의 작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중풍을 앓는 이 아무개 노인을 경남 하동의 한 병원으로 빼돌리려다가 시청 공무원에 의해 제지당했다. 최원장은 129 수송단에 핸드폰으로 전화해 이송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장과 같은 시설장들은 결코 자신들의 수입원인 장애인 등을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것은 최원장과 같은 악질 사회복지시설장들이다.

다행히 경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겁에 질려 말을 못하던 생활자들이 하나둘 자신들이 겪은 생활들을 진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불법시설들을 운영하며 부를 축적하는 그 범죄의 고리를 끊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공대위는 다음 주초 이번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조건부시설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