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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범민중재판 지상중계>① 이라크 침략전쟁과 한국정부의 책임

이라크 침략, 역사의 심판에 올라

"김선일 씨가 피살되던 때 저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얼마 전에 백일이 됐습니다. 아이의 미소를 보며 무한한 행복을 느낍니다"라는 서정명 씨는 "이라크에도 제 아들과 생일이 같은 아이가 있겠지요. 그 아이들이 전쟁 때문에 삶을 마치게 해서는 안되겠지요"라는 물음으로 전쟁범죄를 기소하는 이유를 밝혔다. 서 씨와 같은 3,413명의 기소인의 발기로 '부시, 블레어, 노무현 전범민중재판'의 장이 7일 열렸다. 마침 이날 언론은 "미국 정부가 '미국인은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우지 않겠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수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판에 피고인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범민중재판 준비위원회가 부시 대통령, 블레어 총리, 노무현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발부했지만 법정 출석을 하지 않은 것. 이덕우 민중재판 수석판사는 유감을 표시하며 변호인단에게 "피고인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변호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변호인 장경욱 씨는 "이라크전은 예상되는 전쟁을 미리 막겠다는 새로운 자위권적 개념의 전술"이라며 "이라크 파병은 '침략'이 아니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칠준 기소대리인은 "미국은 '세계평화'라는 관점에서 중동정책을 실시한 적이 없고 이라크 침략은 유엔헌장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증인 정상률 씨(한국외대 중동연구소 교수)는 "냉전시기에는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지원했고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대량의 무기를 이라크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동정책의 변화와 함께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빌미로 미국은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라크에는 이미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외국인들도 1차 심리에서 증인으로 출두해 눈길을 끌었다. 이라크에서 온 하이셈 카심 알리 씨는 한국군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소대리인의 질문에 "누구를 죽이면서 돕는다고 하는 것은 참 우스운 짓"이라며 "한국이 이라크를 돕는 방법은 많지만 무기를 든 군인들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고 정부의 한국군 파병을 비판했다. 미해병대 예비역 더스틴 랭글리 씨는 영상 증언을 통해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의 자식들이 결국 군에 입대해 이라크에 가서 이라크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며 "국제적인 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해 전쟁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침략전쟁의 시작으로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 정부는 더이상 나의 정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 침략 범죄와 한국 정부의 책임'과 관련해 증인 이태호 씨(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정책위원장)는 "한국군 파병과 관련된 '국익론'에서 '국익'은 특정 계층 혹은 계급의 이익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체 국민의 이익으로 오도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라크 파병으로 북핵·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파병을 강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완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증인들의 '반미' 성향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몇몇 참가자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하는 등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이어진 재판에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