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지옥같은 기억에서 탈출

탈성매매 여성들의 응어리진 이야기


"(성매매특별법 반대)집회가 있으면 업소마다 참석자를 배당한다. 만약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결근비를 내야 한다. 업주들은 우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알고 있을 정도이다. 나가려면 선불금부터 갚으라면서 집으로 찾아간다고 협박한다"

업소에서 탈출해 현재 쉼터에서 '재활'을 준비하고 있는 탈성매매 여성들은 지금 국회 앞에서 업주단체 '한터'의 단식농성에 결합하고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한다. 19일 '다시함께센터'를 비롯해 5개의 서울 소재 쉼터들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쉼터에 거주하고 있는 탈성매매 여성들은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진 이야기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은 "왜 아직도 많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업소를 탈출하지 않고 오히려 '일'을 계속하려고 하느냐"며 의아해 하는 기자들을 향해 "그 상황에서는 쉽지가 않다"고 경험을 떠올리며 답답해했다. 대부분 '선불금'에 묶여 사는 이들은 "빚을 다 갚고 나가라"는 '업주의 협박'으로 그 생활을 계속한다는 것. 또한 오랫동안 고립된 채,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온 이들은 '불신'으로 가득차 있어 누군가 탈성매매를 권해도 선뜻 신뢰하지 못한다. 게다가 TV나 신문 등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정보는 오로지 '업주'나 '마담'들에게서 듣는데 이들은 "내년 2월이면 성매매특별법이 없어진다"는 거짓말로 이 여성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안타깝게도 '가족'이다. 이들은 대부분 어린 나이에 가족부양의 책임을 지고 업소에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반면 이들이 업소를 탈출하면 (업주를 통해) 가족들에게 자신이 업소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받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업주는 양날의 칼을 쥐고 있는 셈이다. 다시함께센터 조진경 대표는 "여성을 가족부양이라는 명분으로 '심청이'처럼 희생시키는 우리 사회 풍토"를 비난하면서 피해여성 스스로 그 억압에서 벗어나길 권했다. 실제로 간담회에 참석한 한 피해여성은 "자살까지 생각했는데 어머니에게 사실을 말하고 쉼터에 함께 오게 됐다"며 개인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들은 업소생활에 대해 한결같이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장안동 이발소에서 탈출한 한 피해여성은 "하루 2-3시간 자고 심지어 생리 중에도 '손님'을 받아야 했다"고 말한다. 살을 빼야한다고 '식사량'을 줄이고, 1년에 2-3일 있는 휴가기간에도 이른바 '삼촌'이라는 폭력배와 함께 다녀야 했다는 이들은 "뼈가 부서지게 일해서 업주의 세금까지 대신 내줬지만" 남는 건 빚뿐이다. "한 달에 2-3백 만원 씩 벌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미아리 집창촌에서 탈출한 피해 여성은 "물론 번다. 그러나 그건 아가씨들이 아니고 업주다"라고 잘라 말한다. 업주들은 피해여성들 명의로 통장을 만들어 '입금'을 받지만 현금카드와 통장 심지어는 신분증과 인감까지 모두 빼앗아가기 때문에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나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3일 성매매특별법 발효 이후에도 집창촌에선 공공연하게 영업을 하고 있고, 경찰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미아리 집창촌에서는 단속이 '뜨면' 1분만에 드레스를 벗고 현장을 빠져나가는 연습을 하면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 피해 여성은 증언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피해여성들은 모두 "쉼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무엇보다 쉼터처럼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내 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라고 말해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이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냉대'를 가슴 아리게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