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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연수생 제도 위헌 소송 낸 이주노동자 납치

이주노동자단체, "연수생 제도 있는 한 또 반복될 수도"

외국인산업기술연수제도(아래 연수생 제도)의 위헌여부를 가리기 위해 헌법소원을 냈던 이주노동자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아래 중기협)과 송출기관 등에 의해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아래 상담소)는 "중기협과 파키스탄 연수생 위탁관리업체 그리고 파키스탄 대사관 직원 등 총 5명이 23일 오후 4시쯤 헌법소원을 제기한 파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 바샤랏 알리 씨를 찾아와 감금, 협박, 회유를 하다 결국 납치까지 해 소송취하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경위에 대해 상담소는 "알리 씨가 감금된 곳으로부터 도망쳐 집 근처인 친구 집으로 피신을 했지만 5명이 이를 찾아내 알리 씨를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리 씨의 형으로부터 전해듣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10시경 송출기관 직원 박아무개 과장과 통화를 했는데, '알리 씨를 억류하고 있다', '중기협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주장했다. 상담소는 또한 "지난 해 7월에도 중국인 연수생 2명의 위임을 받아 연수생 제도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했지만 중기협 등의 협박과 회유에 시달리다 못해 당사자들이 소송을 취하하는 사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알리 씨는 직원과 함께 대전, 원주 등을 돌며 회유를 받았으며, 24일 풀려나 오후 8시 현재 창원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과장과 중기협 관계자들은 "납치가 아니라 스스로 온 것"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는 상황.

이번 사건에 대해 상담소는 성명서를 통해 "헌재가 심판을 앞둔 마당에 감금과 납치라는 야만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연수생들에 대한 초과착취를 통해 생존했던 그들의 절박함(?)을 말해주는 것이자, 헌재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소원이 헌재에 본안 회부된 사실은 소원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일로 재판이 들어가기 전까지 보안을 요하는 사항인데 어떻게 중기협과 송출기관 등에서 알게됐는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연수생 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 같은 인권유린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연수생 제도를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상담소와 민변 경남지부는 알리 씨 등 연수생 2명의 위임을 받아 "연수생 제도는 현대판 노예제도로 인권 유린과 송출 비리, 미등록체류자의 양산 등을 초래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31일 헌재에 본안 회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