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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총이 아닌 밥"

43개 인권평화단체, 군비감축과 사회복지예산 증액 요구

"총과 밥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이라크파병을 중단해야 합니다" 정전협정 51주년을 맞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네트워크 등 43개 인권평화단체들이 26일 안국동 느티나무 까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비감축과 사회복지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평화단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군사적 긴장이 높은 한반도에서 평화구축 체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국방비 증액과 전력증강 사업의 중단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 △평화협정 체결 등이 필요하다며 10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전쟁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무엇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쓰여져야 할 소중한 자원이 소모적인 군비경쟁으로 낭비되어 수많은 한반도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주국방 운운하며 국방비를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인권평화단체들은 "국방부가 내년 국방비 예산을 올해보다 무려 13.4% 증액한 21조 4,752억 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사회복지 예산은 경제개발협력기구 30개 국 중 29위로 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준) 유의선 사무국장은 "내년 사회복지예산은 9조5천억 원으로 올해에 비해 0.7% 감소했다. 사회복지 재원 확보는 결국 군축을 통해 국방비를 사회복지 예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이 주장하는 국방비 감축규모는 세계평균인 GDP 대비 2.5% 수준 이하이다.

작년에 비해 국방비가 증액된 배경에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주한미군재배치 이후 '자주국방 실현'이라는 망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는 "부시 행정부의 주한미군 재배치와 노무현 정부의 협력적 자주국방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현대화' 라는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대규모의 군비증강에 기반을 둔 군사주의적 접근은 미국에게 종속적인 군사관계를 고착화시켜 막대한 군비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고 군축·평화체제 구축에도 역행하는 조치라는 게 정씨의 주장이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려는 인권평화단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