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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유전자 디비로 '미아찾기' 경찰이 주도하겠다?

전국보호시설에 수용된 아동과 미아부모에 이어 신원확인이 안된 변사체까지 유전자를 채취하여 유전자데이터베이스(아래 유전자디비)를 구축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22일 경찰청은 미아가족, 인권시민단체활동가 등과 함께 'DNA 활용 미아찾기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경찰청은 미아찾기 관련 법안들을 비교·검토하면서 경찰청의 입장을 발표했다. 우선 경찰청은 "실종아동 발생의 예방·발견·추적조사·안전한 귀가를 전담하는 기구(실종아동찾기센터)를 경찰청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한 뒤 "실종아동찾기센터는 아동의 발견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할 수 있으며 검사결과 얻어진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 활용할 수 있게"했다. 이를 위해 "시설보호 운영자는 수용자들의 유전자 검사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보호시설에서 무연고아동 및 장애미아의 유전자 검사를 의무화하여 그 대상자로 △보호시설 내 수용된 18세 미만의 무연고아동 △보호시설에 수용된 장애인 중 정신지체인, 발달장애인 및 정신장애인 중 무연고자 △시체 또는 의식불명자에 대하여 개인식별을 해야할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으로 삼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는 경찰청의 전담기구 관할과 유전자디비 구축에 명백히 반대의사를 밝혔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병수 간사는 "미아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초동수사 단계에서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효율성을 앞세워 전담기구를 경찰청에 두는 것은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간사는 "장기미아의 경우 유전정보를 통해 부모를 찾아주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이 준비하고 있는 법률에서처럼 보호시설에 있는 아동에게 유전자 채취를 강제·의무화하고, 이러한 유전정보에 기초해 디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즉 유전 정보는 장기미아의 경우 기존의 신원절차로 도저히 분별되지 않을 때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채취·활용되어야 하고, 수집 목적이 달성된 경우에는 즉각 폐기되어야 하며, 디비로 장기 저장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진보네트워크 오병일 사무국장은 "시설에 수용된 아동들은 많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만 유전자를 채취해서 장기적으로 디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결
국 이들에 대한 차별을 촉발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이미 지난 3월부터 미아 찾아주기 운동을 벌이면서, 시설수용 아동과 미아 부모들의 유전자디비 구축에 박차를 가해왔다. '장기미아'의 정의가 무엇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설에 수용되어있는 무연고 아동 전체에 대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부당하다는 인권사회단체들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경찰청은 불과 두 달 사이에 3,143명의 18세 미만 무연고 아동과 5,672명의 무연고 정신장애인의 유전자 샘플 채취를 완료한 상태이다. 그 동안 인권사회단체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관련 법령의 제정 필요성 △유전자 시료채취 및 활용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을 지적해 왔다.

한편, 미아가족들은 그 동안 미아관련 법령이 부처이기주의로 인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미아가족 박혜숙 씨는 "관련 법안이 16대 국회에서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의 부처이기주의로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여전한 만큼 부처간의 이해관계를 넘는 특별법의 형태로 법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미아찾기'의 또 다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참석하지 않아 미아찾기를 위한 정부간 공조체제나 협조관계가 매우 미비한 것으로 다시금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