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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불심검문 불법관행 여전

불심검문 사유도 밝히지 않고. 검문 불응하면 강제연행?

불심검문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 관행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심검문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검문을 거부한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 권영국 변호사를 경찰이 강제 연행한 것.

16일 낮 12시 40분 경, 권 변호사는 법률원 직원들과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길에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 경찰 2명으로부터 불심검문을 요구받았다. 권 변호사는 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할 것'과 '검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경찰은 신분증만 제시하고 검문의 이유에 대해서는 "신고가 들어왔다"고만 대답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계속해서 "검문사유가 뭐냐,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신고내용에 대해 일체 대꾸하지 않았고 권 변호사는 영문도 모른 채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불법 연행에 항의하며 저지하려던 법률원 정용택 송무차장과 경찰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은 정 차장을 '공무집행방해'로 권 변호사와 함께 연행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야 '수배'중인 사람과 인상착의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는 권 변호사는 "경찰이 검문의 타당성을 납득시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신고가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검문을 거부한 사람을 강제로 연행하고 미란다 고지도 안 했다"며 경찰의 불법 행위를 비난했다.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측은 이날 오후 5시가 돼서야 체포과정의 불법 행위에 대해 정식 사과하고 정 차장의 혐의에 대해서도 경찰의 공무집행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음을 인정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민주노총 법률원 맹주천 변호사는 "경찰이 검문사유를 밝히지 않은 점, 강제연행하며 적법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사과했다"고 전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 4항에 따르면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질문하거나 동행을 요구할 경우 경찰관은 당해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면서 소속과 성명을 밝히고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여야 하며, 동행의 경우에는 동행장소를 밝혀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같은 조 2항에는 (1면에서 이어짐) '경찰관의 동행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이번 사건은 경찰의 불심검문과 체포과정에서의 불법 관행이 여전함을 보여준 사례"라며 "전문적 법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일반 시민의 경우에 경찰의 불법여부를 따지기 전에 연행을 거부하고 저항만 해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뒤집어쓰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