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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결박’의 끝은 어디인가

인권과 평화에 대한 표적 공격을 강력 규탄한다.

11일 수원지방법원 영장전담 재판부는 인권운동가 박래군 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박씨의 구속을 확정지었다. ‘정의’의 기초를 다지며 ‘생명’을 살려내는 ‘평화행진’ 285리, 그 길의 마지막을 무법천지 국가폭력으로 갈아엎더니, 끝내는 인권활동가를 구속해 버렸다.

우리는 묻는다. 지금 대한민국에 형식적인 ‘법치’나마 있느냐고! 평화롭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집회결사의 자유를 행사한 인권운동가를 구속해 버리는 정부에게 정통성이 있느냐고! 자신의 삶터로 돌아가려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을 새벽까지 막아 세우고, 주민과 평화행진단을 위협하며 테러한 상인폭력배를 수수방관 하더니, 이 모든 것에 항의한 인권운동가들에게 집단구타, 모욕, 성희롱, 불법연행 등을 자행한 경찰이 시민의 치안을 위해 있어야 하냐고! 불법과 위법으로 뒤엉킨 검찰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사법부가 독립적인 존재냐고!

우리는 박래군 인권운동가에 대한 구속이 지난 3월 15일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인권옹호자에 대한 심각하고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한다. 경찰과 검찰이 인권옹호자에 대한 정치적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택주한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표적 공격’이라는 점에서 심한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 특히 경찰이 평화행진단의 뒷덜미를 공격한 점, 스스로 해산하고 있는 평화행진단을 향해 형사가 직접 집단구타를 자행하며 불법연행을 감행한 점 등은 불법을 넘어 인권과 평화에 대한 잔악한 침탈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박래군 인권운동가를 구속함으로써 사법부가 이러한 불법을 용인하는 꼴이 되었으니, 도대체 인권을 침해받았을 때 어디에 호소하고 구제를 받아야 하는가! 인권옹호 활동의 ‘최후 보루’인 인권운동가마저 구속한다면 모든 시민의 인권옹호 활동을 국가폭력으로 결박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평화행진의 마지막 날인 8일 평화행진단은 4박 5일의 힘든 여정임에도 늦은 시각까지 걸어서 대추리까지 평화적으로 행진하려 했다. 그런데 경찰은 평화행진단의 걸음은 물론 평택역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마저 가로막았고, 평화행진단을 향해 돌과 달걀을 던지고 각목과 쇠파이프로 위협하는 상인들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화행진단이 평택경찰서로 달려가 경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올바른 법집행을 촉구한 것은 정당한 항의행동이었다. 그럼에도 경찰과 검찰이 평화행진단의 정당한 외침을 폭력으로 짓밟고 대량연행과 인권활동가 구속사태까지 몰고 간 것은 들불처럼 번져가는 인권과 평화의 숨통을 죄려는 노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법도 정의도 사라진 이 땅에서 이제 남은 것은 불복종 저항밖에는 없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인권에 대한 모욕과 진압은 다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생동하고 있는 양심을 다시금 일깨울 뿐이다. 한 사람의 인권활동가를 구속한다고 해서 거대한 인권과 평화의 물줄기를 막을 수는 없다.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평택으로의 주한미군기지 확장과 국가폭력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은 쉼 없이 계속될 것이다. 압제와 불의에 대한 저항은 인권과 평화의 실현을 위해 기본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우리의 권리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불법을 저지르며 계속해서 안하무인격으로 횡포를 자행한다면, 그 권력은 국민의 저항권 앞에서 자멸하게 될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