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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하무인 기무사, 빗장 걸린 진실

의문사위, 실지조사 또 무산 … 의문사법 개정으로 조사권한 강화만이 해결책

"이런 기만적인 군대가 우리 국민의 군대가 맞는가" "절대 역사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종로구 소격동 군 기무사령부의 굳게 닫힌 철문 앞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 김희수 제1상임위원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11일 오전 의문사위 관계자들은 10일에 이어 실지조사를 시도했지만, 기무사는 정문을 걸어 잠근 채 대구조차 하지 않았다.

9일 기무사를 방문한 의문사위는 강제징집 후 사망한 김두황 씨 등, 군 의문사 사건과 관련해 과거 보안사령부에서 작성한 '사망사건 보고서'가 마이크로 필름으로 존재하는지의 확인과 5공 녹화사업의 기조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5공 전사(前史)' 자료를 요청했다. 의문사위는 기무사로부터 "5공 전사의 목차 열람과 요청한 자료가 마이크로 필름으로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10일 방문 조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기무사는 하루 전에 약속한 협조사항을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10일 저녁 기무사 앞에서 농성을 진행한 의문사위 관계자들은 11일 오전 한상범 위원장, 김희수 제1상임위원, 홍춘의 제2상임위원 등과 함께 또다시 기무사에 대한 실지조사를 시도했지만 이번엔 아예 '문전박대' 당했다.

의문사위에 따르면 기무사는 강제징집·녹화사업과 관련한 자료 요청에 '보안사(현 기무사)가 주도한 일이 아니라 교육부, 국방부 등 정부가 추진한 것이고, 사령관의 지시로 당시 관련자료도 전체 파손되었다'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의문사위는 "기무사는 국방부 소속이 아니냐"고 비난하고 "기무사가 자신의 범죄적 행위 기록인 공문서를 스스로 파기했다고 범죄를 당당히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문사위는 성명에서 "국가기관이 '말로만 협조'를 약속하고 위원회를 기만하는 위선적 태도 속에서 이 땅 민주화의 현주소를 확인한다"고
개탄해 마지않았다.

한상범 위원장은 "없는 자료를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기무사의 태도에 유감을 나타냈다. 한 위원장은 6월까지로 마감되는 의문사위 조사기한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진실을 밝혀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문사위는 관련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미해결 의문사 사건을 남겨둔 채 6월말로 활동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의문사법 개정은 한시가 급한 시점. 더욱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조사 거부, 위증에 대한 제재가 약한 현재 의문사위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진상규명에 무엇보다 필수적인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