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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빈곤은 인권을 잠식한다

대한변협, IMF 이후 빈곤층 인권실태 보고 및 토론회 개최

생활고로 인한 자살, 신용불량자의 증가 등 '신빈곤'이 급속히 확산되는 가운데 IMF 이후 빈곤층의 인권 실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려 주목을 끌었다. 26일 대한변호사협회는 『2003년 인권보고서』 발간을 기념하며, 'IMF 경제위기 상황의 극복과정과 빈곤층의 사회적 인권 실태보고 및 토론회'를 통해 신빈곤의 심각성에 대해 공유하고 대책마련을 논의했다.

발제를 맡은 김남근 변호사는 "빠르게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 했으나, 구조조정이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퇴출과 정리해고가 활성화되어 많은 실업자가 양산되고 비정규직이 늘어났다"며 "실업자와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신빈곤층이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신빈곤층의 바람막이가 되어줄 사회보장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어 이들의 인권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층이 300만 명에 이르지만 그 중 190만 명은 비수급빈곤층 이라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실행 후 수급권자가 151만 명에서 149만 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고 2003년 5월에는 135만 명으로 더 줄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빈곤층에게 있어 주거문제가 심각함에도 정부 정책은 경기부양과 건설경기 활성화 등을 빌미로 주거권 보장 측면보다는 시장경제 논리로 일관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시의 주택보급률은 이미 100%에 가깝지만 자가보급률은 4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몇몇 소수가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대 유영우 사무총장은 "주거권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인권"이라며 "이를 보장하는 것은 사회의 책무"라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집을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사회적 관념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근 소득불평등은 점점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득불평등 지표로서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높아짐)는 IMF이후 2000년 0.423까지 낮아지다가 지난 2001년부터 급격하게 높아져 2002년 1/4분기에는 0.450으로 상승했다(도시전가구 기준. 2002년, 김진욱).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빈부의 격차뿐만 아니라 빈곤이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넓고 깊게 확산되었는지 보여주는 자리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신빈곤층의 인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이제 우리 사회도 권리로써의 사회적 인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신빈곤과 관련하여 비정규직,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토론도 함께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