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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네모난 원'을 그리는 국가보안법

송 교수 무죄석방 촉구, 사회 원로·인사 기자회견 열려

"평화통일을 헌법에 명시하고도 상대방을 적으로만 보는 '국가보안법'은 한 마디로 말해서 '네모난 원형'을 그리려는 애초부터 무모한 법이었습니다"

11일 오전, 송 교수의 무죄석방과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사회 원로·인사들의 기자회견에서 구치소에서 보낸 송두율 교수의 편지가 낭독되었다. 이날 모인 진보적 원로·인사들은 지난 9일 송 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한 검찰의 처사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김수행 교수는 "우리사회가 6월 항쟁을 거치면서 사실상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구형을 보니 놀랍기 짝이 없다. 이것은 박정희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며 "이 기회에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균 교수 역시 "검찰이 70년대식 시대착오적 논리에 입각하여 명백한 혐의 사실에 대한 입증도 없이 추리소설을 쓰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냉전적 사고에 젖어있는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은 분단된 현실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고통에 주목했다. 백 소장은 "우리에게 '경계'란 무엇인가? 우리의 가슴에다 들이박은 칼"이라며 "'경계인'이란 칼 위에 올라선 사람이다. 칼 위에 올라서니까 피가 철철 흐른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송 교수의 처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한편, 부인 정정희 씨와 아들 송린 씨는 굳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자리하고 있었다. 정 씨는 "민주화 됐다고 믿고 꿈에도 그리던 조국에 왔지만, 결국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고 착찹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정 씨는 "구형이 판결로 연결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며 "깨어 있는 사회라고 믿는다"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이 한사람의 삶을 처참하게 짓밟을 것인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양심들이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