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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오두희의 인권이야기◑ '평화 바람' 평택에서 축제로 만나다


'사회적 유랑'을 위한 필수요소인 말걸기를 단기속성코스(?)로 마친 우리는 2월 11일 평택을 출발하여 거리에서 마을로 발길을 멈춘 이들과 반미, 반전, 평화를 외치며 노래하고 있습니다. 순회기간동안 전국의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무박2일(5월29일)'평택평화축제'를 제안했습니다. 평택으로 미군기지가 총집결되는 것을 저지하고자 외롭게 투쟁하고 있는 주민들과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문화적 저항으로서 축제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우리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을 받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람들은 좋은 아이템이라 말하면서도 성공의 척도를 대중이 얼마나 많이 참가하는가로 잡고 있었습니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도 하였고, 한편으로 욕심이 생겨났습니다. 유명한 가수를 불러 사람들을 많이 오게 하고, 운영을 매끄럽게 하기 위해 전문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채택하면 우리는 편하고 이름도 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유혹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돈을 들어야 하고 대중스타 중심으로 기획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원래 취지는 이것이 아닌데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편하질 않았습니다. 현실적 조건의 어려움을 핑계삼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갈등하고 있을 때 부안핵반대 투쟁의 아줌마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며 무덥고 습한 여름날 12시간이 넘도록 신명나게 피티병과 깡통 등을 두드리며 항의하던, 길고 지루한 투쟁을 자신들이 직접 참여하여 흥겨운 문화적 저항운동을 만들어낸 그들이 생각난 것입니다.

이에 본래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제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고생은 하겠지만 준비과정이 자본과 거대소비에 의존하지 않고, 참가의지를 밝힌 단체들과 개인의 노동 품앗이, 능력과 지혜가 모여 축제를 만들어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바람은 평택 평화축제의 성격에 대해 몇 가지 원칙에 합의하였습니다.

첫째로, 평화축제가 문화행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고 하여 일부 문화예술인들이 무대를 주도하며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주민의 참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국에서 만난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볼거리, 먹거리, 배움거리를 펼치고 이에 기꺼이 출현을 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반도 평화, 나아가 아시아 평화의 징검다리가 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로, 재정은 축제 성격에 맞게 마련하려 합니다. 5천명을 목표로 한사람이 일만 원씩 내면 벽돌처럼 쌓아질 5천만 원이 축제의 종자돈이 될 것입니다. 이 돈의 1/10이 없어 자살하는 한 가정의 가장, 주부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종자돈이 평화운동의 디딤돌로 쓰여질 수 있도록, 과정에서 축제 취지가 한치도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거대자본의 횡포에 맞선 세계화, 군사화에 저항하는 민중성이 실현되는 평화운동에 작은 씨앗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뜻과 마음, 더 나아가 각각의 재량과 능력이 함께 어우러져 군사주의와 일체의 폭력에 저항하는 평화문화의 물결이 넘칠 수 있도록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오두희 님은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단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