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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공권력 총동원, 노조 탈퇴 종용

의문사위, 노태우 정부 '전노협 대책반' 운영 사실 확인


1990년 노태우 정부 당시 민주노조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조직적 방해와 와해 활동을 보여주는 정부 문서가 발견됐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아래 의문사위)는 4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노태우 정부가 '전노협(전국노동조합협의회, 현 민주노총의) 대책반'을 구성하여 가입 노조를 상대로 탈퇴 유도 활동을 벌인 것이 확인됐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는 전 한진중공업노조위원장 박창수 씨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입수된 것. 박 씨는 91년 제3자개입금지 등의 법률 위반으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안양병원에 입원했으나, 며칠 후 병원 뒤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위문사위 김희수 상임위원은 "정부가 민주노조에 대해 자유민주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대응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의문사위가 공개한 문서는 90년 1월 노동부가 작성한 '급진노동세력대응과 불법부당쟁의행위지도방안'을 비롯해 '90 하반기 전노협 및 문제노동상담소 대책', 같은 해 7월 부산직할시경찰국에서 작성한 '부산노련 정기대의원대회 개최결과' 등이다.

문서에는 "지역별 전노협 대책반을 구성해 탈퇴 유도 등 범정부 차원에서 집중지도·관리"를 위해 "관할 검찰청 공안 주임검사, 노동부 감독과장, 경찰서 대공과장, 안기부 조정관 등으로 유관기관 합동 대책반을 구성하여 전노협 소속 노조간부 접촉·설득 및 탈퇴 유도 등 순화 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는 것 등이 명시되어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제3자개입금지 등으로 노조간부에 대한 사법처리 강화 △전노협의 재정확보 수단을 차단하기 위해 손배·가압류, 기부금품모집금지법 적극 검토 △근로자에 대한 의식화 교육강좌의 봉쇄 등이다. 이는 그동안 민주노조 결성과 노조활동에 정부의 조직적 방해와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을 증명하는 '공식 문서'이다.

91년 당시 전노협의 지역조직인 부산노련 부의장으로 활동하며 '대기업연대회의'의 의장출마를 앞두고 있던 박 씨에 대한 정부의 회유는 이 문서의 발견으로 확실해진 셈이다. 의문사위 염규홍 제1조사과장은 "당시 부산에서 가장 큰 노조였던 한진중공업노조는 전노협과 대기업연대회의, 두 조직에 다 가입을 했었고, 박 씨는 핵심적인 활동을 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노조 간부에 대한 전노협 대책반의 회유는 노조 간부들이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의문사위는 노조 와해공작에 대한 증거가 되는 이 문서와 박 씨 죽음의 연관성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