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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법정에서 펼쳐진 '경계인'의 반론

송두율 교수, 우리 사회 이분법 비판 . 학문의 자유 요구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송두율 교수 2차 공판이 16일 열렸다. 지난 1차 공판이 검찰측 심문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번 공판은 검찰의 심문에 대한 변호인단의 반론이 중심이 됐다.

이번 공판에는 송 교수 가족을 비롯해 대책위 관계자들, 독일의 '한국협회' 라이너 베르링 회장, 독일대사관 직원, 그리고 우익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여해 재판의 진행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변호인단은 송 교수가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면서 그 결론에 따라 북한을 방문, 연구활동을 수행하여 통일에 기여하려고 했다는 점을 송 교수의 입으로 직접 밝힐 수 있게 함으로써, 그의 학문활동을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려는 검찰의 논리를 차근차근 반박해나갔다.

송 교수는 먼저 '내재적 접근법'에 대해 "사회주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소련과 중국이 체제존재론적으로 연구된 것에 대한 방법론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며 "경험주의적이고 비교사회주의적인 방법론인 내재적 접근법은 정보를 대외적으로 내보내지 않는 북한사회를 연구함에 있어 더욱 필요한 접근법"이라고 밝혔다. '경계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는 경계인을 기회주의자로 인식하고 양 극단 가운데 하나를 빨리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초조함에 싸여 있다"고 지적하고 "중간이 지니는 생산성과 창조성에 대해서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변호인단은 이어 북한을 대남 적화통일을 목표로 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검찰측의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이미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6.15 공동선언에서도 김정일과 김대중이 동등한 위치에 섰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또 "북한의 연방제 통일안은 상호의 체제를 유지하는 것"인 반면,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함께 북한을 자본주의 사회로 흡수 통합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오히려 남한이 아니었는가"라고 꼬집었다.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여부와 남북통일학술회의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의 반론이 이어졌다.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위원 김철수라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송 교수는 오히려 북한 상층통일전선의 포섭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남북통일학술회의가 북한이 자신의 체제와 사상을 선전하기 위해 개최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통일학술회의는 한겨례, 중앙일보, 한국일보, KBS 등이 주관하고 SK, 대우, 삼성 등이 협찬한 순수 학문회의였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하인리히 하이네는 파리에서 13년동안 망명생활을 했지만 마지막 겨울은 고향에서 보내며 '겨울 동화'라는 유명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여유조차 없는가"라며 학문활동에 대한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송 교수의 3차 공판은 오는 23일 같은 곳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