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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허울뿐인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해소 비판

공공부문 비정규직 토론회, 구조조정 지침부터 바꿔야


"비정규직 차별 없앤다는 정부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4일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실태 발표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단식 4일째를 맞은 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조합원 50여명이 참가해, 토론자로 참여한 노동부 관계자와 격론을 벌일 것이 예상됐으나 토론회 시작 30분전에 갑자기 불참을 통보해와 빈축을 샀다.

노동부 산하 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IMF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대책이 실시되면서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채용했다. 근로복지공단비정규직노조 이상엽 사무처장은 "공단 전체직원의 30%에 이르는 비정규직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고 계약도 대부분 자동 갱신돼 평균 2.5∼3년씩 계속 일하고 있다"며 "임금은 정규직의 60%인데도 예산 상 인건비가 아닌 '일용잡급'으로 편성돼 인건비 상승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병원과 학교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공공영역에서도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공공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97년 11.1%에서 올해 22.9%로 늘어났으며 특히 국립대 병원은 평균 30%가 넘었다. 국·공립고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교원은 99년 3백명에서 2002년 1천85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대부분 기간제 교원과 시간강사인 이들은 방학 중 월급을 못 받으면서도 겸직은 금지 당해 방학 중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하병수 사무국장은 "교육부는 전교조와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겠다고 합의했으면서도 법정정원수에 못 미치는 예산을 지역교육청에 분배해 비정규직 교사확대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1년 경상북도교육청은 "과원이 발생한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10%를 넘지 않을 경우 과원교사에 대한 인건비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이 만연하고 있는 근본원인은 97년 이후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가 주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지침'에 따라 인력감축과 정원동결이 공공부문 전체에 관철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필수불가결한 공공사업에서조차 정규직이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비정규직이 메웠다. 게다가 정부는 실태조사 미비를 이유로 대책수립을 미루고 있다. 2003년 노동부 국감자료에 의하면 기획예산처는 지난 4월 공공부문 비정규 실태조사를 시작했으나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주진우 비정규사업실장은 "담당자들의 현황 이해도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용석 씨가 사망한지 한 달이 넘었지만 근로복지공단 측과 비정규직노조의 교섭은 사측인 근로복지공단의 고집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 측은 그동안 정규직화 방법으로 7급직제 신설을 요구했으나 최근에는 "비정규직 채용중단과 고용안정 보장"을 수정안으로 제시해 한걸음 물러섰다. 하지만 공단은 "비정규직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이 씨 사후대책도 직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사내통신망에 유감의 뜻을 밝히는 정도로 마무리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