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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민주화된 시대'의 '계엄' 대통령


'불법 폭력시위로는 어떠한 성과도 얻을 수 없다. 반드시 추적해 책임을 묻고 처벌문제를 협상대상으로 삼지 않겠다. 당사자들과 진행중인 협상도 중단한다.'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이른바 '불법·합법시위 분리대응 4대 원칙'이다. 통기타 치고 '상록수' 부르며 눈물 흘리던 그가 대통령이 되고 나니 눈치 볼 것 없나 보다. 노동자, 민중들을 향해 눈에 핏대를 세운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죽음을 예감하는 우리의 눈에도 핏발이 선다.

인구 2만3천의 부안 읍내에 '치안유지'를 하겠다며 경찰 8천이 눌러 앉았다. 아예 주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주민들의 정당한 시위를 "민주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적 파괴행위로 이미 시위의 수준을 벗어났다"고 협박한다. 군민의 뜻을 물어보지도 않고 군의회 결정도 무시한 채 핵폐기장 유치를 신청한 군수에게는 "고생이 많다"고 격려해 주었으면서도 말이다. 넉 달 넘게 촛불을 밝혔고 대화기구를 만든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질질 시간만 끈 것도, 대책위가 제안한 주민투표를 거부한 것도 정부였으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저항이 두려웠는지 이제는 집시법까지 개악해 불법집회 전력자의 집회는 물론 동일한 목적의 다른 집회도 금지시킨단다. 소음 기준을 정해 확성기를 쓸 수 없게 만들고 사복경찰이 집회장을 활보하는 어이없는 관행을 합법화시키겠단다. 그 동안 숱한 집회에 '불법' 딱지를 붙여온 집시법이 이제 노골적으로 민중들의 손발을 묶고 애타는 입마저 틀어막으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카드는 대통령 직속 국정원에 새 날개 달아주는 테러방지법. 이미 막강한 정보수집 능력을 갖고 있는 비밀정보기관 국정원에 '테러'를 빌미로 다른 부처활동을 기획·조정하고 계엄령 없이도 군대를 동원하며 법원 허가 없이도 광범위한 감청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쥐어주려 한다. 예산과 조직 공개, 수사권 완전 폐지 등 국정원에 대한 개혁과 민주적 통제 요구는 온데 간데 없이 내팽개치고 비밀의 장막 뒤 무소불위의 권력만 강화시켜 주겠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도 '독재'를 일삼는 대통령이 기댈 곳은, 역대 독재정권이 그러했듯 경찰의 물리적 폭력과 비밀 정보기관의 공작뿐이었나 보다. 참다못한 민중들이 꿈틀하니 '폭도'로 매도하는 것도 이전 정권들을 꼭 빼닮았다. '참여'는 온데 간데 없고 대통령의 독선만 남았으니 이 정권이 심판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