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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자건강카드 또다시 물 위로

공무원·업계 등 컨소시엄 구성…전자주민카드로 확장 의혹

지난 2001년 보건복지부 주도로 도입되려다 정보인권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됐던 전자건강카드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정부 연구센터 산하 '스마트카드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등 관련 공무원과 삼성 SDS, LG CNS, 쌍용 등 대기업, 학계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면서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합의를 도출한 후 본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소시엄이 마련한 초안은 2001년 안과 비교할 때 △이름과 주민번호 외 처방내역, 개인병력사항 등의 개인정보는 원하는 사람만 카드에 저장하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주민번호을 제외하고 대신 공인인증서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당시 비판 여론의 지적사항을 피해가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문날인반대연대 윤현식 활동가는 "카드의 내장 칩에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험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관리 기관 내부에서 데이터베이스를 연동시킬 경우 정보가 집적될 수 있으므로 유출 위험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유출 사고는 외부 해킹보다는 관리 기관 내부자 소행인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또 윤 활동가는 "주민등록증이 없는 청소년도 전자건강카드는 발급 받도록 되어 있으므로 유출 사고가 생기면 피해범위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약회사나 보험회사가 병력이나 투약내역 등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업적 거래의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이 컨소시엄 관계자는 사업 목적으로 "허위·부당·과장청구 등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추정액이 1조원에 이르러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과 신뢰도를 실추시키고 있다"며 "전자건강카드가 부당청구를 근절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중의료연합 김범수 회원(의사)은 "의원, 중소병원, 대형병원의 역할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행위별 수가제'야말로 부당청구와 재정 적자를 조장하는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전자건강카드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자여권, 전자운전 면허증, 그리고 전자주민카드로의 확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진보네트워크는 19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정말로 수록정보가 적다면 건강카드가 반드시 스마트카드여야 할 까닭이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확장을 노리지 않는다면 굳이 높은 비용까지 투자해 저장 정보를 계속해서 추가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

또 이 컨소시엄에는 그 동안 스마트카드 사업에 투자해왔으나 특별한 수요처를 찾지 못한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단순히 전자건강카드 도입만으로는 이들의 과잉투자 상태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