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근로기준법 개악 날벼락

본회의 통과…저임·미조직 노동자 노동조건 대폭 후퇴

근로기준법(아래 근기법)이 끝내 개악됐다. 29일 국회의원 230명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근기법 개악안이 찬성 141명, 반대 57명, 기권 32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근기법을 마지막 보루로 삼아온 여성·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기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대신 △최소 15일 최대 25일 한도내 유급 연월차 휴가 통합 △사용 촉구에도 연월차 휴가 미사용시 사용자의 보상의무 면제 △생리휴가 무급화 △연장·야간·휴일근로 시 임금대신 휴가를 부여할 수 있는 선택적 보상 휴가제 도입 등 노동조건을 대폭 개악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주5일제로 실제 늘어나는 휴일은 1주 4시간(0.5일)으로 1년 26일, 여기에 공휴일과 연월차 휴가 축소까지 감안하면 12일밖에 안 된다. 그나마 여성의 경우는 생리휴가 무급화까지 겹쳐 개정 전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초과근로 할증률마저 25%로 하락해 장시간 노동으로 임금수준을 끌어올려야 했던 저임 노동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졌다. 또 전체 노동자의 56%인 760만명은 2011년까지 '주6일 노동자'로 남아있게 됐고, 선택적 보상 휴가제 도입으로 교섭력이 없는 미조직 노동자들은 야근과 철야를 밥먹듯 해도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작업량이 적을 때 휴가를 강요받게 됐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총은 28일 "법 개정 이전에 주5일제에 관한 단체협상을 타결했던 현대·기아차와 금속노조 소속 기업 등은 단협을 재개정해야 한다"고까지 못박았다. 단협에 따라 9월 1일부터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5일제를 시행하게 된 현대자동차 노조 장규호 공보부장은 "근기법은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일 뿐"이라며 "법개정을 이유로 사측에서 단협 재개정을 요구한다 해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양대노총은 근기법 개악 저지를 위해 28일부터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으나 개악을 막지 못했다. 29일 국회 앞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으로 근기법을 불태운 이래 노동운동의 역사는 근기법의 확장을 위한 투쟁의 역사였지만, 이번 개악으로 근기법은 노동자 보호법이 아닌 노동조건 통제법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본회의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주5일제 도입을 노동조건 후퇴 수단으로 삼으려는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며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 실현을 위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