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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손상열의 인권이야기

아프리카, 약탈경제와 전쟁의 악순환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전쟁이 지금 진행중이다. 라이베리아 내전으로 불리는 저 아프리카 소국의 전쟁이 그것이다. 최근 휴전협정이 무산되면서 이 나라의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간의 군사적 충돌로 수백 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민간인 수천 명이 난민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전쟁에 대해 언론은 '거대 군벌간의 정쟁(政爭)' 정도로 묘사한다. 민간인의 손목을 도끼로 끊어버리는 것으로 악명 높은 독재자 찰스 테일러와 반군(LURD)의 정권 장악을 위한 충돌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군벌전쟁' 정도의 묘사로 과연 아프리카에서 일반화된 내전의 원인을 다 설명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런 내전의 근본 원인을 아프리카를 몰락시킨 식민통치와 세계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 내겐 더 타당하게 들린다.

식민통치와 세계화는 아프리카를 어떻게 몰락시켰을까? 아프리카는 광물, 보석, 목재, 석유, 이 네 가지의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러나 과거 식민통치의 영향으로 동아시아와 같은 유연하고 값싼 노동력과 기업가층은 풍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조건은 7, 80년대에 세계화라는 광풍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자국의 노동력을 동원하면서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대처하기에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7, 80년대에 동아시아가 초국적 자본의 신흥시장으로 포섭되어 나갔던 것과는 달리, 아프리카가 철저하게 세계화로부터 배제되게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몰락하여 가난한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은 천연자원을 장악함으로써, 이 자원의 채굴권에 관심 있는 초국적 기업과 연계 맺는 길밖에 없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여러 군벌들의 등장하고 분쟁에 분쟁을 거듭하는 데에는 이처럼 자원을 둘러싼 상충되는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초국적 기업과 군벌들의 결탁으로 형성된 약탈경제는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더욱 격화시킬 수밖에 없다. '드 비어스' 같은 초국적 자원기업들은 다이아몬드, 광물, 목재 등의 천연자원을 반군을 통해 밀거래로 헐값에 구입하고, 현금을 손에 쥔 반군은 수백만 달러를 무기와 보급물자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게 된다. 정부군은 같은 일을 다만 합법적인 방식으로 수행할 뿐이다. 초국적 기업에게 채굴권을 주는 방식으로 천연자원 채굴권을 양도해 주고, 거기에서 얻는 수익을 내전에 쓰일 무기구매에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무기와 현금을 손에 쥐는 무장집단의 지도자들과 초국적 기업이 평화를 추구할 동기를 느낄 리 만무하다. 오히려 분쟁과 전쟁의 지속은 그들의 이익에 유리하게 작용할 뿐이다. 아프리카에서 약탈경제와 전쟁은 이렇게 짝을 이룬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세계화가 낳은 전형적인 전쟁양상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손상열 님은 평화인권연대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