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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전의경 구타 사망사고, "국가에서 책임져야"

유가족 및 인권단체 경찰청 항의, 인권위에 대책 마련 촉구

군·경 의문사 진상규명과 폭력근절을 위한 가족협의회(아래 군가협)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6일 오전 11시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전·의경 구타 및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유가족을 비롯 인권단체 활동가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군가협의 이영숙 공동회장은 "매년 300여명의 젊은이들이 군대 내에서 사망하고 있고, 상관에 의한 구타와 성폭력, 집단 따돌림 등의 인권침해 행위 역시 매우 증가하고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기는커녕 사건을 축소, 은폐하거나 조속한 종결에만 급급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오창래 조사실장은 2001년 8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약 2년 간 천주교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대내 사망사건 총 106건 중 85%인 91건이 자살로 처리됐던 점을 지적하면서 "군·경의 초동수사가 상당히 미흡하게 진행되고 있고, 유가족들이 납득할 수 없는 수많은 의문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진상규명에 매우 소극적"이라며 의혹이 있는 모든 사망사건에 대한 전면적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군대 내 구타 및 사망사고와 관련해 △군대 내 수평적 구조 구축 △민간인이 운영하는 상담실 개설 등의 인권보호 장치 마련 △사고 발생 시 피해자와 가족의 구체적 권한 명시 △사고에 대한 정확한 보고 및 사건의 은폐 혹은 축소 기도자에 대한 엄중 징계 등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 등은 최기문 경찰청장을 방문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경찰들의 저지로 정문 앞에서 한동안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항의서한을 민원실에 접수한 유가족들은 오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군대내 구타 및 사망사고에 대한 엄정처리 및 군대 내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김창국 위원장 면담을 시도하며 이날 오후 늦게까지 위원장실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한편 올 3월부터 '군인의 전화'를 통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천주교인권위는 올 한해 모두 21건의 피해상담이 접수됐으며 이중 5건은 군대내 구타사건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들 가운데 3건은 피해자의 상해상태가 정신분열까지 진행됐다. 특히 전·의경에서 발생한 한 사건의 경우 소속 전경대에서 구타를 당해 다른 전경대로 전출된 대원이 새로 배치된 부대에서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해 정신분열증세로 병원에 입원하는 등 군대 내 구타사고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