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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예고됐던 죽음과 예고된 죽음


두 명의 귀중한 목숨이 어이없는 사고로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군대에 의해 절대적인 보호를 받아야 할 민간인이 최소한의 안전 대책도 외면한 군대에 의해, 그것도 이 땅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는 외국 군대의 장갑차에 의해 희생되었다. 주한미군이 설치한 고압선에 감전돼 팔․다리를 절단한 채 1년 가까이 투병하던 전동록 씨가 한맺힌 삶을 마감한지 얼마 안돼서 일어난 일이기에 우리의 탄식은 길고도 깊기만 하다.

문제는 이런 사고를 '언제든지'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그런 환경을 개선하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있다. 미군에 의한 교통사고, 환경오염, 생업의 피해, 폭력과 살인 등이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지도, 제대로 처벌하지도 못할 뿐더러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긴급 구제마저도 구걸해야 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두 소녀의 죽음은 충분히 예고됐던 일이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예고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존중을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는 어떤 국가를 막론하고 국가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에 속한다. 하물며 다른 나라도 아닌 제 국가에게 국민이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여론을 수습하는데 급급하는게 아니라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최대한의 구제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서야 한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의 그늘 아래 숨어서 국민들에게 '알아서 조심해서 살라'고만 할 것인가?

미군당국에게 경고한다. 입만 열면 설교하는 인권과 평화를 이번만은 몸으로 보이길 바란다. 시민들의 안전을 일상적으로 위협하면서도 여유롭기 그지없는 그대들의 안하무인이고 고압적인 태도에 대한 자유민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고 있다.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두 어린 소녀와 그 가족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