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군, '커밍아웃' 현역병에 동성애자 입증 요구

"성관계 사진 가져오라"…본인 동의 없이 에이즈 검사까지

현역으로 군 복무중인 한 동성애자가 휴가 중인 지난 8일 동성애자인권연대(아래 동인련)에 도움을 요청했다. 동인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6월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군 당국은 그의 동의 없이 에이즈 검사를 받게한 것은 물론 동성애자임을 입증하라며 이메일 정보 등 개인 정보와 함께 동성애자와 성관계를 한 사진까지 제출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성적 지향을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군 간부와 내무반 동료들은 그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는 수치심과 성적 모욕에 시달렸다. 결국 그의 동의 하에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서가 제출됐고 인권위 조사단은 14일 해당부대 조사에 착수했다.

휴가 마지막 날인 15일, 인권단체연석회의(아래 인권회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에서 자신의 정체성으로 인해 차별받을까봐 하루하루를 전전긍긍하며 생활하고 있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이 받고 있는 차별과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피해자에게 성관계 사진까지 요구하는 것은 인권침해 정도가 심각하다"며 이번 사건을 '성폭력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 "현재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를 군대로 다시 보내는 것은 근친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에게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것과 같다"며 피해자의 보호와 조속한 전역을 요구했다. 현재 해당 사단장은 우선 그의 휴가를 10일 연장했으며, 그 기간 중에 조기전역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동인련 이경 활동가는 "많은 동성애자들이 군 입대 후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특히 원치 않게 성적 지향이 알려지면서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군대 내에서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성적지향이 알려질까봐 스스로 조심하고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 활동가는 "군대 내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이 성희롱, 강간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은 사실과는 다르며, 군대 내 성폭력의 대부분은 선임병들이 권위를 이용해 후임병들을 성희롱하고 폭행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날 인권회의는 성적소수자들이 더 이상 군대 내에서 차별과 억압을 받지 않도록 동성애 차별 내부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하며, 성소수자 신고센터 마련 같은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인권교육과 지침 및 인권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군법에 존재하는 동성애 차별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경 활동가는 "계간 기타 추행을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 현행 군형법 제92조에 대해 "계간이란 말은 남성 동성애자간의 성관계를 지칭하는 치욕적인 말"이라며 폐지를 촉구했다. 국방부령 '징병신체검사등검사규칙'(제556호)도 동성애를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습관 및 충동장애, 성주체성장애, 성적 선호장애)'로 지칭하며, '정신과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는 등 동성애에 대한 무지와 차별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