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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위, '연속 징벌' 관행 제동

징벌문제 개선할 총체적 대안까지 내놓아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장기간의 무리한 독방 감금조치로 수용자들의 인권을 심 각하게 침해해 온 교정시설의 징벌관행에 일정한 제동을 걸 수 있는 반가운 결정을 내놓 았다.

지난 20일, 인권위는 청송제2교도소에서 연속적인 징벌을 받다 자살에 이른 고모 씨의 동생이 제기한 진정사건에서, "정신이상 증세가 있던 피해자에 대해 의무관의 진단 없이 연속 징벌을 집행하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음에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책임을 물어 당시 청송제2교도소장 강모 씨와 보안과장 배모 씨의 징계를 법무부장관에게 권고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무리한 연속 징벌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수 용자 규율 및 징벌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의 5조 2항의 개정도 권고했다.


가혹한 연속 징벌이 자살 불러

고 씨는 2001년 5월 대전교도소에 수감, 그 해 12월 청송제2교도소로 이감되었으며, 자살 한 2002년 5월 30일까지 1년간 '금치 2월'의 징벌을 6번 연속해서 받음으로써 무려 10여 개월을 징벌실(독방)에 갇혀 있어야 했다. '금치' 처분을 받은 수용자는 독방 감금은 물 론, 면회나 편지, 작업, 운동 등 외부와의 교통이 일체 차단된다.

더구나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교도소 당국이 고 씨가 △동료 수용자가 코를 곤다며 독 거실을 요구했고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다며 욕설을 하였으며 △ 동료 수용자가 몸을 더듬자 방을 옮겨달라며 문을 걷어찼다는 등의 사소한 이유만으로 고 씨를 금치 처분했으며, 또 이 과정에서 수갑과 사슬 등의 계구를 79일 동안이나 착용 하게 하는 등 가혹한 징벌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송제2교도소측은 고씨가 이미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고,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요한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고 씨에 대한 연속 징벌을 강행했 다. 수용자의 상태를 무시한 가혹한 연속 징벌이 고 씨의 자살로까지 이어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행위가 △의무관의 진단 결과, 건강상 해가 없는 경우에만 '금치'처분을 집행할 수 있고 △징벌 집행을 종료한 때에는 지체없이 의무관의 건강 진단을 받도록 한 행형법 시행령 145조와 148조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고 씨의 자살사건으로 도 증명되었듯이, "이러한 규정은 현재 교정시설 내에서는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이 인권 운동사랑방 유해정 활동가의 지적이다.


정신과 진료절차로 제동효과 기대

한편, 고 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연속 징벌이 수용자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중대하 게 위협하는 반인권적인 관행임이 새삼 재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위가 "징벌 종료 후 금치 이상에 해당하는 다른 징벌을 다시 집행할 때에는 그 이전에 반드시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규칙'의 개정을 권고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인권위의 유현 상임위원은 "현행 행형법이 연속 징벌을 금지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위험성에 비추어 볼 때 이에 가급적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정신과 진료를 반드시 거치도 록 '규칙'의 개정을 권고키로 했다"며 결정 취지를 설명했다. 2개월 '금치' 징벌이 종료된 후 외부의 정신과 진료를 받는 동안은 징벌이 일시 정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 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위가 '연속 징벌은 인권의 원칙에 반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하면서 행형법 의 개정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김진 변호사는 "현재 징벌이 '규칙'에 의거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규칙' 개정으로도 효 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수용자의 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징벌이 행정기관이 정한 규칙에 일임되어 있고, 행형법에 수용자 인권보호 규정이 제대로 마련 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인 만큼, 연속 징벌을 명백히 금지하는 것 등을 포함한 행형법 개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금치' 중에도 외부와의 교통권을 전면 차단하지 않고, 징벌실의 열악한 환경이나 처벌을 목적으로 한 계구를 남용하는 관행도 함께 개선되어야 할 지점으로 꼽힐 수 있다.

이에 대해 유 상임위원은 "하나의 진정사건으로 교정시설 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 들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인권위가 실태조사를 거쳐 교정시설 내 징벌문제에 관한 총 체적인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인권위가 교정시설 내 인권문제에 대해 향 후 어떠한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