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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북한 인권결의안, 유엔인권위 통과

해외언론․인권단체들, 결의안 채택 정치적 배경 의심

제네바 현지 시각으로 16일 오후 4시경,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문제 관련 결의안이 통과됐다.

유럽연합의 주도로 상정된 이번 결의안은 53개 유엔인권위 위원국의 찬반 투표를 거쳐 찬성 28개국, 반대 10개국, 기권 14개국으로 통과됐다. 한국정부는 애초 유럽연합과의 협의과정에서 결의안 제출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표결과정에는 불참했다. 찬성국에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과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이 포진했고, 반대국에는 중국, 쿠바, 러시아, 시리아 등이 포함됐다. 유엔인권위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문과 7개항으로 구성된 이번 결의안에는 △고문, 강제노동, 탈북자 처벌 등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것 △북한정부는 식량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자유로운 접근과 이동을 허용할 것 △외국인 납치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할 것 △국제노동기준을 준수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편 제네바에 위치한 팍스로마나 이성훈 사무국장에 따르면, 표결에 앞서 중국 대표가 "왜 약소국에 대한 결의안만 계속 제출되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면서 북한이 인권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은 한반도 긴장 해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반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대표 역시 "이번 결의안은 미국이 '악의 축'을 정당화하기 위한 조치로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표했다고 이 사무국장은 전했다.

또한 인도 대표는 "이러한 '정치적' 성격의 결의안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부당한 내정 간섭에 항의하는 뜻으로 기권표를 던지겠다"고 밝혔으며, 북한 대표는 향후 북한과 유럽연합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무국장은 "제네바 현지의 해외 언론들과 인권단체 대부분은 '왜 지금 북한인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해마다 중국 인권 결의안의 채택을 추진해 온 미국이 올해는 대중국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은 데 반해, 유럽연합이 북한 인권 결의안을 추진하고 미국이 이를 후원한 것에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대부분 해외언론과 인권단체들의 관측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