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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가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없는 이유

한미 양국이 기어이 사드(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망체계, THAAD) 배치를 결정했다.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자 한미 양국은 사드 협의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막기 위해서 사드 도입은 필수적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가?

이미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사드로는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는 핵을 실은 탄도미사일이 떨어지는 종말단계, 즉 150킬로미터 정도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무기이다. 그러나 사거리 160km 정도로 남한을 타격하기 용이한 북한의 KN-02 단거리 미사일은 최고 고도가 40k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남한에 떨어질 때는 이미 사드의 요격고도 아래를 지나게 된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한이 사거리 1,500km에 달하는 노동 미사일을 ‘고각 발사’ 즉, 각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줄여서 발사할 수 있기에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북한은 지난 7월 19일 노동미사일을 평소보다 각도를 높여 발사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각발사의 우려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반론이 가능하다. 첫째, 고각발사를 할 시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북한이 실전에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진짜 남한을 타격하려면 비효율적인 고각발사보다는 더 빠르게 날아가는 단거리 미사일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고각발사한 노동 미사일이 너무 빨라 사드로는 요격이 힘들다는 점이다. 정점 고도(400-450km)를 찍고 하강하는 노동 미사일의 최고 속도는 마하 7-8에 달하는데, 이는 사드의 요격 미사일과 비슷한 속도이다. 국방부는 사드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을 뿐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 - MD와 핵전쟁 계획

그러나 위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로 비판하는 것은 일정 한계가 있다. 만약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고 증명된다면, 사드는 한반도에 들어와도 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앞서 썼듯이 한국의 국방부가 제대로 된 논쟁을 회피하는 한 진짜 ‘증명’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성능이 증명된다 할지라도 사드는 한반도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사드는 동아시아의 군비경쟁을 자극하고 군사적 갈등을 격화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왜 미국이 굳이 다른 곳도 아닌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지, 그 의도를 살펴보자. 사드 논의는 최근 1~2년 새에 불거진 것 같지만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고자 했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1999년 미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미사일방어 구조를 위한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30km 정도의 저고도 미사일 요격용)과 더불어 4개 정도의 사드 포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최근의 사드 배치 결정은 지난 15년의 염원이 비로소 실현되기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사드 포대 1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반도란 말인가? 이는 MD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총알보다 빠르다는 탄도미사일을 맞추려면 적국이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쏘는지, 정확한 정보의 조기탐지가 중요하다. 미국 본토는 너무 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등은 훌륭한 전방 배치 레이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괌과 일본에 사드용 레이더(AN/TPY-2)를 3기 배치했지만, 레이더는 전방에 있을수록 더 좋다. 한국에 사드 포대와 고성능의 레이더가 들어오는 이유다.

그러나 사드를 단순히 방어용 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미국이 MD를 완성한다면, 상대 국가로부터 핵 보복 공격을 당할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자유롭게 핵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여러 보고서를 통해 잠재적 적국에 선제 핵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잠재적 적국은 북한, 나아가 중국을 의미한다.

이에 비춰보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자기네 나라도 아닌 아시아 땅에서 ‘승리하는 핵전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를 추구하고 MD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이미 미국과 일본은 해상기반 고고도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인 SM-3(스탠다드미사일) BLOCK-2A를 공동개발하기도 했다. 미‧일의 MD는 사실상 통합 운영되고 있으며, 남한의 경우도 올해 안에 미군의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인 ‘링크-16’을 통해 연결시키기로 결정되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 간 ‘위안부합의’가 한일 군사협력을 요구하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사드가 불러오는 군비경쟁의 현실

이를 북한, 중국이라고 모를 리가 없다. 이들 국가 역시 미국에 맞서 핵 능력을 증대시켜왔다. 북한의 경우는 어떠한가? 2006년 1차 핵실험 뒤 꾸준히 강화되어 온 북한의 핵무장은 2013년 북한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짧게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교환하려했던 6자회담이 상호불신으로 붕괴된 것이 일차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물론 그 뒤에는 몇 십 년 간 지속되어온 한미 양국에 의한 군사적, 외교적 압박이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핵 선제공격 불가’ 정책을 고수해왔다. 중국은 현재 300기 가량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미사일에서 분리되어 있다. 선제공격 및 신속한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핵공격을 탐지할 조기경보시스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핵무기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중국의 군사과학연구원은 “적의 핵탄두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는 재빠르게 보복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발맞춰 핵무기 능력의 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015년 미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 또는 가짜 핵탄두를 싣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 기술을 실용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MIRV는 MD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대표적인 기술이다. 또한 중국은 2015년 10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이나 군사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DF(둥펑)-21D, DF-26 미사일을 공개한 바도 있다. 방어용 무기체계라는 미국 MD와 사드가 가져오는 현실은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기는 것밖에 없다.


사드는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 없다!

정부와 언론의 말처럼 정말 북한의 핵무기 공포를 막고 싶다면 사드는 한참 잘못된 선택지다. 사드의 본질은 핵전쟁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오히려 공포의 근원인 핵무기 경쟁을 강화시킬 뿐이다. 한반도 사드배치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안보, 안전과 정면으로 대립한다. 국가들 간의 핵 경쟁, 무기경쟁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평범한 민중들의 안전하게 살 권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행히 남한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모이고 있다. 사드 배치 장소로 결정된 경상북도 성주에서는 1,000명 넘게 모이는 촛불집회가 한 달 넘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8월 14일 전국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사드가고 평화오라! 사드배치반대 범국민평화행동’ 집회를 개최했다. 8월 18일에는 이러한 성과를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제 평화운동단체들이 모여 ‘사드한국배치 저지 전국행동’을 출범시켰다. 물론 아직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남한의 평화운동과 시민들은 점차 사드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다. 한미의 한 줌 정부 관료들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와 평화를 맡겨서는 안 된다.
덧붙임

이준혁 님은 사회진보연대 반전팀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