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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조선노동자 덮친 죽음의 공포

무리한 1인1조 작업, 산재사망사고 부른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연이어 죽어나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5명의 조선업종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지난 달 3일 현대중공업 권혁일 씨에 이어 6일 현대중공업 박주법 씨, 26일 현대삼호중공업 김재원 씨 그리고 이 달 4일 STX조선 김종숙 씨와 7일 한국메이드사(현대삼호중공업내 하도급업체) 이기성 씨. 이들은 모두 추락하는 쇳덩이에 눌려, 혹은 육중한 쇠문에 끼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노동자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아래 금속노조)은 7일 성명을 내고, 안정장치를 무시한 채 노동강도만 강화해 온 사용자와 이를 방치한 정부를 향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무리한 1인 1조 작업이 어느 사업장을 막론하고 횡행하고 있어,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일하고 있다"며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삼호중공업지회 이창길 산업안전국장은 "안전사고의 근본 원인은 노동강도의 강화"라고 잘라 말한다. 이 국장은 "사용자 측에서 기본 생산비용을 줄이고자 과거 2인 1조로 했던 작업을 지금은 모두 1인 1조로 변경시켰다"며, "1인 1조 작업은 안전사고를 불러 올 뿐 아니라, 사고 후에도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질 수 없고, 사고를 증언할 증인조차 없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지난 달 26일 고소차(리프트)작업 중에 사망한 삼호중공업 김재원 씨도 고소차에서 혼자서 용접과 운전을 병행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다.

금속연맹 박세민 산업안전국장 역시 "노동강도가 강화되면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작업이 늘어가고 있다"며, "맨홀 작업이나 블록내부 탱크, 배관 속에서 가스용접을 할 때, 혼자서 작업하는 사람이 가스에 질식됐는지 어떤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무리한 1인 1조 작업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사측에 '2인 1조 작업'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사측이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아서 원시적인 사고로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박 국장은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신종 직업병을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죽는 일은 없도록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부 산업안전공단 산하 조선업재해예방팀 송태용 대리는 "년 간 계획 속에 재해예방 홍보를 하고 있지만, 수천·수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20개 사업장을 5명의 재해예방팀원이 점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송 대리는 "사고가 많이 생긴다고 해서 재해예방팀이 독자적으로 조사를 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는 없다"며, 이는 "노동부에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 창원지방노동사무소 변원수 감독관은 "조만간 전문가와 함께 특별감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조선소 노동자에게 드리워진 중대 산업재해, 그 죽음의 그림자를 걷어 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