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사내하청업체, 불법 파견의 온상"

전국 52개 금속산업 사내하청 실태조사 결과 나와


지난 달 19일 현대자동차의 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에 가해진 식칼테러로 하청노동자들의 비참한 인권상황이 폭로된 가운데, 1일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아래 금속연맹)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가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의 온상임을 입증하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단체가 지난 10월부터 금속연맹산하 52개 사업장의 직영노동자와 사내하청노동자 1천4백여 명을 상대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사내하청 노동자 800여명 중 절반 이상이 '하청업체가 아닌 사용업체(모기업)의 사용자 또는 정규직 사원이 작업지시를 내린다'고 응답했다. 특히 철강과 기계금속업체의 경우, '사용업체로부터 작업지시를 받는다'는 응답자가 각각 84.2%와 70.7%에 달했으며, 심지어 '출퇴근 관리를 사용업체에서 담당한다'는 응답도 무려 63.2%와 45%에 이르렀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대해 박영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기획국장은 "사내하청업체들이 도급계약을 가장해 사실상 불법파견을 하고 있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두 단체와 함께 실태연구에 참여한 신원철 성공회대 연구교수도 "기업들은 사내하청을 합법적 도급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내하청업체들은 독자적인 경영·인사관리 기능 등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갖추지 않은 채 도급을 가장하고 있는 불법파견업체에 해당한다"며, "이러한 사내하청은 불법적인 비정규고용의 한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90년대 이후 사내하청을 통한 비정규직노동자의 급증은 직접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과 노동조합의 규제를 회피·약화시키려는 경영자들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며, 이러한 경영전략은 국가의 묵인 하에 더욱 강화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박 정책국장도 "노동부가 신고가 들어온 이후에야 마지못해 조사에 나서는 등 근로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또 절반 이상의 사내하청노동자가 직영 정규직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월평균임금은 직영정규직의 58.9%에 불과하며, 저임금으로 인해 연장근로를 하게 됨에 따라 주당 노동시간이 무려 55시간을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날 실태조사 발표에 참석한 박병규 금속연맹 부위원장은 "연맹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사내하청을 통한 불법파견 문제를 전면화 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차별철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