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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파업권 행사 범위 너무 좁다"

손해배상․가압류 족쇄 풀어야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 분신사건을 계기로 쟁점화되고 있는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강당에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51개 노동·사회단체 주최로 '신종노동탄압 손배·가압류로 인한 노동기본권 제약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손배·가압류에 의한 파업권 제약을 막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민주노총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1월 22일 현재, 파업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액이 50개 사업장에서 2천222억원이 넘었으며, 최근 6개월 동안에만 12개 사업장에서 1천억 가까운 손배·가압류 청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의 박강우 정책국장은 "현행법이 쟁의행위의 요건과 정당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어 노동자가 파업을 할 경우 불법파업이나 업무방해 등에 해당할 소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박 국장은 이어 "법원은 사용자가 제출한 서류만 가지고 노조나 노조원은 물론 보증인에게까지 가압류를 결정하고, 회사는 가압류 해제를 조건으로 노조탈퇴를 강요하고 있다"며 "가압류·손배가 신종노조탄압의 무기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의 조영선 변호사도 "법적으로 쟁의행위의 요건이 너무 한정된 것이 문제"라며 "쟁의행위의 대상을 근로조건과 관련한 쟁의에서, 사회적·경제적 지위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에 따른 분쟁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위법한 행위라 하더라도 집단적 의사결정에 대해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를 부득이하게 적용할 경우에는 그 책임을 노조로 국한하고, 범위도 명백한 폭력이나 기물파손 등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로만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의 김남준 변호사는 "지금의 노조탄압 방식은 유럽에서는 거의 1백여 년 전 산업화 초기 단계 때나 있었던 것"이라고 비난하며 "쟁의행위에 대한 가압류는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지대 김인재 교수는 "법원이 노동자의 권리보다는 자본이나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해 결국 노동자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노동자 장진수 씨는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를 규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제주도 한라병원 노조 조합원 이은주 씨가 참석해 파업후 노동자들이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 씨는 "과수원 가압류로 어머니는 쓰러지시고... 가족 간의 신뢰는 이미 무너져 심지어 원수가 되기도 합니다... 있는 놈들은 잘 버팁니다. 하지만 없는 사람이 버티려니까 너무 힘이 듭니다. 견딜 수가 없습니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240여 일간 힘겨운 투쟁을 전개했던 한라병원 노동자들 앞에는 생존에 대한 위협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