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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촛불의 바다를 가르지 말라


2일 서울경찰청은 여중생 추모촛불 시위에 대해 관련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단순한 추모행사는 보호하지만 최근 시위가 소파개정·미군철수를 주장하는 등 정치적인 성격을 띠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는 반미집회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야간 및 외국대사관 100미터 내 집회금지 등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의 독소조항을 앞세워 미대사관 앞에서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이런 조치는 다분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슨 기준을 근거로 추모행사와 반미집회를 구분하겠다는 것인가. 현실의 바다를 가를 수 없듯이 촛불의 바다를 이념의 잣대로 자르려는 시도는 웃음거리일 뿐이다. 국민의 평화적인 힘에 눌려 엉거주춤했던 공권력을 집시법의 독소조항을 악용해 세워보겠다는 고집으로 해석될 뿐이다. 더욱이 지난 연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촛불시위 자제를 요청하는 발언을 한 후 경찰의 과도한 발언과 행동이 터져나온 것은 주목할 일이다. 노 당선자는 국민들에게 촛불시위 자제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연일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국민들의 촛불시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깨달아 미국에게 국민의 요구를 전달해야 할 것이다.

지난 7월 두 여중생이 미군 궤도차량에 깔려 사망한 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촛불시위가 서울시청과 광화문, 미대사관을 뒤덮고 있는 것은 불평등한 소파개정과 반미를 넘어 반전평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촛불시위가 국민들의 자생적인 의사표현의 통로로 형성된 만큼 공권력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또한 지금 상황을 경찰과 촛불 시위대의 대립국면으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바꾸어내는 계기로 발전시켜야 한다. 경찰은 얄팍한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함성을 진압하지 말라. 지금은 촛불시위의 행렬을 막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오히려 촛불시위를 뒷심으로 삼아 더욱 당당하게 소파개정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