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논평> ‘저항’은 정당하다


주한미국대사관에 진입해 성조기를 불태우려던 한 대학생의 사진이 우리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2일 미국대사관 구내 혹은 주변에 있던 10여명의 대학생들은 장갑차 사건에 대한 ‘부시 대통령 공개 사과’ ‘재판관할권 이양’ ‘소파 개정’ 등을 요구하다 경찰에게 얻어맞고 짓밟히며 끌려갔다. 올 해 만해도 주한미국대사관, 용산 주한미군기지, 의정부 등지에서 대학생들의 시위는 끊이지 않았다. 그 대가로 학생들에게 덧씌워진 멍에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건조물 침입 혐의, 그리고 구속이다.

외교공관에 무단으로 들어가 전단지를 뿌리고,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가 실정법을 위반하는 것일 수는 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이 땅 민중들의 울분을 표출하고자 했다. 지난 6월 30일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된 심미선․신효순 씨 사건에 대해 미국은 오만한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미군은 공무집행상 이루어진 사건에 대해서 재판권을 이양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며,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9월 14일 서경원 씨가 주한미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9월 16일 미군트레일러에 의해 박승주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그러나 미국은 반성할 줄 모르고 시정할 줄 모르는 ‘점령군’의 자세를 보여줬을 뿐이다.

대학생들은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긴 여중생들의 비명 앞에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아대는 미군의 폭력 앞에서, 점령자로 군림할 뿐인 아메리카의 후안무치 앞에서 실정법의 경계를 넘기로 선택했다. 대학생들의 기습시위는 50여년 동안 이어진 불평등 관계 속에서 미국에 짓눌려온 우리 민중들의 자결권의 발현이다.

미국의 존재는 이미 세계평화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을 초토화시키고 중동에 전운을 감돌게 하는 한편,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인권기구를 철저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지배에 반대하는 것은 비단 우리 대학생들뿐만이 아니라 평화와 인권을 사랑하는 전 세계 민중의 목소리이다. 대학생들의 대사관 진입 시위는 저항권의 행사이며 이것이 설사 실정법에 어긋난다고 해도 정당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함이 없다